한겨레 촛불집회 참석 조세희 “30년 지났지만 철거촌 상황은 더 심각”

촛불집회 참석 조세희 “30년 지났지만 철거촌 상황은 더 심각”
‘난쏘공’ 작가 조세희씨가 본 ‘용산 참극’

  황춘화 기자  

  


» 작가 조세희(67·사진)

  

  
“미래가 깜깜하다. 난쏘공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철거촌의 상황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욱 심각해졌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의 작가 조세희(67)씨는 21일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난쏘공은 도시 빈민인 난장이 가족을 통해 1970년대 도시 재개발 속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그린 스테디셀러다. 조씨는 이날 서울 둔촌동 자택 근처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 사회에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벼랑 끝에 세운 경고 표시가 바로 작품 ‘난쏘공’이었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빌었는데, 갈수록 추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특히 참사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경찰청장 모두 마음이 불편해야 한다. 위에서 국민을 누르기만 하니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조씨는 이어 “현장에서 방패를 들고 서 있었던 20대 경찰들, 철거민 모두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약자에 대한 폭력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조씨는 “군대의 총만이 폭력이 아니며 배고파 우는 아이의 울음을 달래지 않고 그냥 두는 것도 폭력”이라며 “살게 해 달라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막고 죽음으로 내몬 우리는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를 위해 가난뱅이들에게 죽어라 하는 한국 사회는 매일매일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며 “가난뱅이를 두들겨 겨우 유지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조씨는 “우리는 탈출구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시도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는 밝은 곳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을 냉소적으로 보기 시작하는 순간 희망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우리는 곧 낙원에 도착한다고 믿었다”는 그는 “독재정권과 비교하면 우리는 지금 낙원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 가야 할 낙원은 더 멀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저녁 참사 현장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