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유족 주검확인 요구 거부…경찰, 반성은 없다

      
유족 주검확인 요구 거부…경찰, 반성은 없다
병원 통제 유가족 접근 차단…현장방문 국회의원까지 폭행

  노현웅 기자 강희철 기자  

  

»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영안실 앞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한 회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이들은 “유가족 동의 없는 강제부검은 독재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비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무리한 농성 철거민 진압작전으로 6명의 희생자를 낸 경찰이 유족들의 주검 확인을 가로막고, 항의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등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20일 저녁부터 21일 새벽까지 철거민 사망자 5명의 주검이 안치된 서울 용산 순천향병원을 통제한 채 유족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주검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으로 달려온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상부의 지시”라며 주검 확인과 인도를 거부했다. 유족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경찰은 21일 새벽 1시께 사망자별로 유족 대표 한 명만 주검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안치실을 열어줬다. 유족들은 주검을 인도받지 못해 이날 저녁 8시께까지 빈소를 차리지 못했다. 현장에서 유족들을 통제한 경찰 간부는 “가족들이 보면 놀랄까봐 통제를 했다. 내막은 복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유족들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사망자 부검을 실시했다. 형사소송법 141조는 ‘사체의 해부 또는 분묘의 발굴을 하는 때에는 예를 잊지 아니 하도록 주의하고 미리 유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태욱 변호사는 “경찰의 강제부검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유가족의 위자료 청구 등 위법성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황상익 교수(의학)는 “1980년대 시국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도 모두 유족들이 지정한 소속 대학의 교수가 참관을 했다”며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부검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가족이 참관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희생된 철거민들을 추모하는 촛불시위에도 경찰은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참사가 난 지난 20일 밤 사고 현장에 모인 시민 1500여명이 거리행진을 벌이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가 보도블록을 깨 돌을 던지자, 경찰은 이에 맞서 아무런 보호장구가 없는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졌다. 또 경찰은 한 여성 시위자의 머리채를 잡아 내동댕이치고, 넥타이를 맨 40대 남성을 방패로 찍기도 했다.

진상조사차 참사 현장을 찾은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도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유 의원은 “20일 오후 현장을 찾아 국회의원 신분을 밝혔는데도, 한 경찰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면 다냐’는 등의 폭언과 함께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머리채를 잡아끌고 뒤에서 방패로 찍고 주먹으로 머리와 목을 때리고 전투화로 정강이를 차 무릎을 꿇리는 등 10여명의 전경들이 나를 둘러싸고 10여분 동안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시 현장이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그런 일이 빚어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무리한 강경 진압으로 큰 희생을 부른 경찰이 진솔한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진압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강희철 김지은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