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초콜릿’ 열풍의 아이러니
[기자의눈] 착한 소비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공정무역
조정민 기자 jungmin@jinbo.net / 2009년02월12일 17시44분
“초콜릿으로 사랑 고백하세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거리엔 초콜릿 광고가 넘친다.
사랑 고백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은 초콜릿.
[출처: International Labor Rights Forum]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70%가 서아프리카에서 나온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약 30만 명의 어린이가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9-12살이다.
카카오 농장주들은 초콜릿의 가격을 낮추려고 저임금으로 일 시킬 아이들을 찾는다. 아이들은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위험한 살충제와 농약에도 노출돼 있다. 하루 종일 6kg이 넘는 카카오 바구니를 운반하고, 높이 10m가 넘는 카카오 나무를 오르내려야 한다. 농장주의 빈번한 ‘채찍질’과 혹독한 구타와 감금도 견뎌야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초콜릿 맛을 모른다. 1천원짜리 초콜릿의 원료를 생산하는 이 어린이 농부에게 돌아오는 몫은 20원에 불과하다. 이런 내용은 왠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와 함께 초콜릿에 얽힌 노동착취 기사도 해마다 쏟아졌다.
“착한 초콜릿으로 착한 사랑 나눠요”
그래서일까. 올해는 생산자에게 합당한 이윤을 돌려준다는 ‘착한 초콜릿’이 단연 화제다. ‘착한 초콜릿’은 생산자의 노동 대가를 보호해주는 공정무역제품이다. ‘착한 초콜릿’ 캠페인의 뜨거운 반응 탓에 12일 오후 4시 현재, Y인터넷 서점에서 판매중인 공정무역 초콜릿 모든 제품이 품절됐다. ‘착한 초콜릿’이 ‘착한 소비자’를 낳은 ‘착한 현상’일테다.
그런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는 이유만으로 상품가치를 얻어서 불티나게 팔리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조금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초콜릿 뿐 아니라 모든 상품이 노동자의 노동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으로 소비되는 상품의 이윤은 노동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상품은 누군가를 착취함과 동시에 누군가를 빈곤하게 만든다. 상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대가를 돌려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제까지 우리는 싼 가격에 누군가를 착취하며 초콜릿을 먹었을 뿐이다.
어쨌든 정당한 대가가 지불된 상품을 대중이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공정무역의 좋은 면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한결같이 ‘소비자의 선한 선택’에만 기대고 있다는 점은 한계다. 앞으론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위치에서도 함께 사고해 보면 어떨까.
[인터뷰] 글로벌 익스체인지 공동창립자, 메디야 벤자민
본인 소개 부탁한다
미국의 공정무역 단체인 <글로벌 익스체인지>의 공동창립자이다. <글로벌 익스체인지>는 자유무역 대신 공정무역을 주장하는 곳이다.
공정무역 운동이란
우리는 반세계화라 하지 않고 반기업적 세계화라 말한다. 무역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공정무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공정무역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도 팔고 있는데, 공정무역 마크가 붙은 초콜릿이나 커피 등을 판매한다. 이것들은 공정무역을 하는 농민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친환경적인 상품들이다. 작은 모자 하나를 만들더라도 노동조합을 허용해주는 공장이어야 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아야 하며 외부에서 노동조건을 감시 받는다.
공정무역은 지구적인 운동이다. 대표적으로 커피는 전지구적으로 무역 거래가 되는 상품인데,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들과 사먹는 소비자들이 함께 감시하는 것이다. 커피가격이 들쑥날쑥하면 농부들은 다음 생산을 기약할 수 없다. 어떤 경우는 생산가 이하인 10센트 정도로 판매되는데, 우리는 1달러 50센트로 정해서 그들의 생활이 지속될 수 있는 공정한 선을 유지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하는가
설사 공정무역에 동의하는 곳이 있다 하더라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캠페인을 하거나 가게 앞이나 주주총회에서 항의하기도 한다. 그 곳에서 농부들이 겪고 있는 조건들에 대해 알리고 항의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예노동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은 임금착취와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초콜릿을 만든다는 걸 보여주며 압력을 행사한다.
(2006년 11월 방한한 메디야 벤자민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