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권리’ 몰라서 침해당한다
조홍준 울산대 교수팀 조사
진료받을 권리 48%가 몰라
김양중 기자
» 환자권리 ‘몰랐다’고 응답한 비율
ㄱ씨의 아버지는 폐암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수술이 어려우니 항암 치료를 하자고 했다. 여러 항암제로 치료를 받았으나 성과가 없었다. 새로 나온 약을 써 보자는 의사의 말에 ㄱ씨는 순순히 따랐다. 하지만 그 약은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것이었다. ㄱ씨는 자신이나 아버지의 동의 없이 새로운 약의 임상시험 대상이 됐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검사나 치료 방법의 설명을 듣고 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할지를 결정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ㄱ씨 사례처럼,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헌법이나 법률 등에 명시된 환자의 권리를 제대로 모르고 있어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팀이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 보호 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한 실태조사’를 보면,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응답자의 48.4%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에 규정된 진료받을 권리는 의료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11월 병원을 찾은 환자 및 인터넷 환자단체 까페 회원 318명에게 설문조사한 것이다.
병명, 검사 결과, 치료 내용·계획, 비용 등도 환자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받을 권리’가 보장돼 있는데도, 이를 모르는 응답자가 32%나 됐다. 환자 진료 기록을 볼 수 있고 사본을 신청할 수 있는 ‘진료 정보를 열람할 권리’도 27.7%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의료행위에 대해 동의할 권리, 사생활 보장권, 비밀보장권을 모른다는 응답자도 각각 21.6%, 20%, 18.4%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누릴 권리를 침해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38.5%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설명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응답자가 8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생활 보장권(35.3%), 의료행위에 대해 동의할 권리(33.6%), 정보열람권(24.6%) 등의 차례로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꼽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