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잠시 일하고 다시 돌아왔다”
[스케치] 두 달만에 총파업 ‘재개’ 출정식…“승리하는 날 복귀”
2009년 02월 26일 (목) 13:04:15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2월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 두 달 만에 다시 파업가가 울렸다. 지난해 12월26일부터 13일간 총파업 투쟁을 한 바 있는 400여명의 노조원들도 다시 1층에 모여 “언론장악 저지” 구호를 외쳤다.
지난 1월6일, 한나라당이 언론관련법을 야당과 합의처리에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총파업을 잠정 중단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박성제)가 26일 새벽 6시부터 총파업 돌입 재개를 선언했다.
정확하게 두 달 만에 다시 시작된 총파업에 임하는 MBC 노조원들의 자세는 결연했다. 지난해 총파업 당시만 해도 입사 후 투쟁을 처음 접했던 ‘새내기 노조원’들은 두 달 만에 한 차례 투쟁을 경험한 바 있는 노련한 투쟁꾼(?)이 되었다.
▲ 2월26일 오전 10시30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여의도 MBC본사에서 총파업 재개 출정식을 열고 있다. ⓒ송선영
이번 총파업까지 모두 8번의 총파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MBC노조는 “우리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방송의 주인인 국민과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포기하고 언론장악에서 손을 떼는 그날, 다시 제작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재 위원장이 MBC노조원들을 향해 물었다.
“여러분들은 조중동 밑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면 5년 안에 다 죽게 된다. 죽겠냐, 살겠냐?”
노조원들은 일제히 “살겠다”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언론노조의 투쟁을 “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의 이 한 마디 안에는 언론 노동자들만 살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민주주의, 나아가 국민들을 위해 언론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난 1월7일, 박성제 MBC 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자리에서 노조원들을 향해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잠시 일하러 돌아갔다가 2월에 다시 모이자”고 말한 바 있다. 박 본부장은 노조원들을 향해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당부했다. 쉽지 않은 투쟁이 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MBC를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세력들이 한나라당 뒤에 벼르고 있기에 한나라당은 더러운 음모를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다시 국회의장을 압박해 반드시 직권상정을 시도할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 MBC노조원들이 ‘언론장악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이날 총파업 돌입 재개 출정식에는 MBC노조의 투쟁을 지지하는 각계 각층의 지지 방문도 이어졌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지지율 30%인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직권상정을 통해 대기업과 조중동을 방송에 진출시키려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정경유착(정치-경제)과 권언유착(권력-언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 재집권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아예 포기한 채 방송 장악을 하고, 경찰과 국정원을 동원해 사실상 무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려고 한다”며 “언론개악을 막아내는 것은 단순하게 방송사 종사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이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난해 여름, 시민들은 KBS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지만 방심한 결과 KBS를 잃었다”며 “MBC노조가 우리의 기대이자 희망”이라고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강 소장은 “시민사회단체는 MBC노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MBC노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SBS, YTN, OBS, CBS가 투쟁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선봉에 서달라”고 촉구했다.
MBC노조는 희망을 버릴 생각이 없다며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번 싸움은 언론악법 저지에 머물지 않고, 언론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정권반대투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시 한 번 시작된 MBC노조의 싸움, 지난 7번의 ‘투쟁 불패’ 신화가 이번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