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뷰티풀 보이’ 英, 보수당수 아들 죽음에 애도물결
김민아기자 makim@kyunghyang.com
ㆍ희귀병 환자·가족들에 큰 울림 남겨
“ ‘뷰티풀 보이’가 떠났다.” 영국이 슬픔에 잠겼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의 맏아들로 희귀병을 앓아온 아이번이 25일 여섯 살의 나이로 눈을 감으면서다. 영국 의회는 이날 예정됐던 총리 질의를 미루고 대신 아이번을 애도했다. 첫 딸을 생후 열흘 만에 잃은 아픔을 갖고 있는 고든 브라운 총리도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표했다.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의원은 “캐머런 부부에게 아이번은 늘 아름다운 아이(beautiful boy)일 것”이라고 했다.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언론들은 소년의 죽음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42세의 캐머런은 내년 총선에서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하지만 아이번의 죽음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다. 이 아이의 짧고 고단했던 삶이 캐머런 가족을 변화시키고, 질병에 시달리는 모든 이와 그 가족에게 깊은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캐머런은 ‘영국의 1%’ 출신이다. 국왕 윌리엄 4세(1765~1837)의 자손이며, 선조 가운데 저명한 보수당 의원들이 즐비하다. 명문 사립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왔다. 부인 사만다의 친부는 귀족이고, 계부는 장관을 지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캐머런이 ‘온정적 보수주의’를 주창하고, 무상운영되는 국민의료서비스(NHS)를 옹호하게 된 것은 아이번을 얻으면서다. 2002년 생후 2주 된 아이번이 희귀병 ‘오타하라 증후군’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캐머런 부부는 “화물열차에 치인 듯한” 충격을 받았다. 오타하라 증후군은 신경 장애로, 신생아 때부터 간질 형태로 나타난다. 심한 경우 하루 100회나 발작을 겪는다. 이 증후군을 가진 아이는 육체적·정신적 발달지체를 겪고 조기에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
캐머런의 삶은 아들의 출생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한밤중에 아이를 업은 채 응급실로 달려가고, 아픈 자녀를 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났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특권층의 엘리트 의식을 벗고, 보수세력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NHS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캐머런은 2006년 이런 말을 했다. “토니 블레어(당시 총리)가 자신의 우선순위를 세 단어 ‘Education, Education, Education(교육, 교육, 교육)’으로 설명했다면 나는 세 글자 ‘N, H, S’로 설명할 수 있다.” BBC는 25일 “캐머런이 총리가 된다면, 그가 내리는 거의 모든 결정 뒤에는 아이번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아기자 makim@kyunghyang.com>
입력 : 2009-02-26 17:59:30ㅣ수정 : 2009-02-26 17: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