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가 인상만으론 ‘봉달희’ 없다
복지부 잘못된 처방 “외과 전공의 부족 해결 못해”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 2009년03월02일 17시12분
복지부가 이른바 ’3D’ 과목인 흉부외과와 외과의 전공의(레지던트)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고 파격적인 의료수가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나친 수가 인상은 자칫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피부과는 넘치고, 흉부외과는 정원 미달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달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흉부외과와 외과의 의료수가를 각각 100%, 3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인상된 처치 및 수술 의료행위 수는 흉부외과 201개, 외과 322개다. 수가 인상에 따라 흉부외과 486억 원, 외과 433억 원 등 총 919억 원의 건강보험재정이 추가로 든다.
’3D’ 과목에 대한 전공의 기피 현상은 최근 심각한 문제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대한외과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조준민 고려대병원 외과 전공의는 “고려대병원의 외과 전공의 정원은 32명인데 고작 12명이 일한다. 올해 1년차에 7명이 지원했지만 중간에 3명이 사직하고 4명이 남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흉부외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지난 2005년 71.2%에서 올해 27.6%로 급감했다. 외과는 2005년 93%에서 올해 64.8%로 줄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해 말 전국 140개 병원에서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흉부외과는 18명이 지원해 모집정원 76명을 채우지 못했다. 외과(308명 모집에 165명 지원)와 산부인과(186명 모집에 129명 지원)도 사정은 같다. 이밖에 결핵과는 4명 모집에 1명, 예방의학과 55명 모집에 20명, 병리과는 84명 모집에 40명이 지원해 모집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반면 피부과는 86명 모집에 148명, 성형외과 95명 모집에 154명, 안과는 122명 모집에 171명이 지원해 인기·비인기 과목 간 편차가 컸다.
수급 추계도 없어 외과 30% 인상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흉부외과와 외과 전공의 확보율이 각각 25%p, 10%p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가 인상으로 전공의 지원 기피를 막고, 향후 예상되는 전문의 부족 문제에 대비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두 과의 전공의 확보율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정작 전문의 공급은 지금도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전문의 대비 흉부외과 전문의 비율(2006년 기준)은 1.57%인 96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보다 두 배나 높은 비율이다. 미국전문의협회(ABMS)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의 흉부외과 전문의 비율은 0.85%에 불과했다. 외과 전문의 비율도 한국이 8.89%로 미국(6.28%) 보다 높았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도 두 과에 대해 “현재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전문의 부족을 우려하는 시기는 2015년 이후다. 복지부 관계자는 “흉부외과는 2015년부터 (수요에 비해) 100여 명이 공급 부족할 것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의 수급 예측은 그 추계 방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 2002년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흉부외과와 외과의 수요대비 공급 수준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흉부외과의 경우 100여 명 정도 공급이 과잉될 걸로 예측됐다.
특히 복지부는 이번에 수가를 30% 인상한 외과에 대해서는 수급 예측 결과를 내놓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시간이 없어 정확한 추계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가 인상 보다 일할 자리 찾아줘야”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팀장은 “지금 인력부족 문제의 핵심은 흉부외과나 외과 등에서 수술할 전문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 인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오히려 전문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명 정책팀장은 이번 수가 인상에 대해 “흉부외과와 외과의 지나치게 낮은 수가의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복지부의 이번 수가 인상은 과도한 면이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전공의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힘들거나 수가가 낮아서가 아니라 전문의가 되어도 갈 데가 없기 때문”이라며 “일할 자리를 만들어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단순히 수가를 인상한다고 전공의 수급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