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 민영화를 위한 꼼수다

[사설]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 민영화를 위한 꼼수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다시 영리의료법인(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물론 정부 안에서도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민은커녕 소관 부처마저 설득하지 못하는 정책을 왜 그리 추진하는지 알 수 없다.
영리병원은 제주도에서 이미 거부당했다. 제주도를 영리병원 설립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던 이 정부의 계획을 주민들이 거부한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처럼 민간병원이 전체의 90%를 웃도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국민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를 유지해 건강보험의 통제를 받도록 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영리병원 허용과 당연지정제는 공존할 수 없다. 돈벌이를 허용하면서 동시에 돈벌이를 통제하겠다는 이율배반이기 때문이다. 당연지정제가 무너지면 보건의료는 재벌병원과 보험자본의 사냥터가 된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가 줄어든다거나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든가, 의료수지 적자를 줄이고 오히려 외국 환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이거나 거짓말이다. 영리병원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의료비는 올리고, 인건비 등 비용은 최대한 줄인다. 정부가 본보기로 삼는 미국의 경우 1인당 의료비가 세계 최고지만, 의료 서비스의 질은 낮고 사망률도 높다. 국민의 15%는 비싼 진료비로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그 때문에 보건의료제도 개혁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재정부는 타이와 싱가포르 사례를 들곤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 80% 이상이 공공병원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타이는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의료관광객이 찾지만,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체제는 이미 무너진 상태다. 의료수지 적자 해소 운운하지만, 외국으로 가는 사람은 대부분 시민권 등을 노린 원정 출산족이고, 일부는 장기 이식차 나간다. 관련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의료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수시로 약속을 뒤집긴 했지만, 이것마저 파기해선 안 된다. 대다수 국민 특히 수백만 빈곤층을 아예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 접근권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