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 2라운드를 예고하다

의료민영화 추진 기획재정부 규탄 기자회견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의 시동을 걸다

박건희 기자 pkh@left21.com

△3월 13일 의료민영화 추진 기획재정부 규탄 기자회견 ⓒ이미진

이명박 정부가 촛불 때문에 미룬 의료민영화에 다시 가속을 붙이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은 “두렵지만 이젠 정면으로 접근”하겠다고 했고, 보건복지부도 “영리법인 병원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인 올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노동자ㆍ서민 죽이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이미진
영리의료법인은 “경영으로 인한 이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것을 원리로 하는 의료기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신호)이다. 따라서 영리의료법인이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제기돼 왔고 지난해 촛불항쟁에서도 의료민영화가 문제가 되자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보수언론들의 추임새도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영리의료법인을 허하라”고 외쳤고, <중앙일보>도 “욕을 먹더라도 과감히 추진”하라고 다그쳤다.

정부의 의료민영화 드라이브에 맞서 진보 진영의 투쟁에도 시동이 걸리고 있다.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이하 건강연대)는 3월 13일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강연대에는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40여 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정부의 주장을 낱낱이 반박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미진
경쟁을 도입하면 ‘의료비가 감소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은 “영리병원은 이윤을 위해 고가 장비를 도입할 것”이고 이는 의료비 상승을 낳을 것이 뻔하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영리병원은 돈을 벌기 위해 인력을 오히려 줄일 것”이라 주장하며 “의료 안정망 구축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폐지하지 않고 영리병원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리병원 허용으로 폭등한 의료비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날 것이고 결국 당연지정제는 폐지될 것”이라 예상했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우 실장은 “경제위기로 서민들에게 의료비를 지원 해줘도 모자랄 판에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정부가 도대체 제 정신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은 “국민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라 규정하며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제2의 촛불항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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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 의료 분야’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 2라운드를 예고하다

장호종 기자 rednuc@gmail.com  


△3월 13일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이미진

3월 13일 보건복지부와 KDI가 주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렸다. 비좁고 자리도 마련되지 않는 등 주최측의 성의없는 준비에 대한 항의가 있었지만 2백여 명의 청중이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토론회가 시작됐다. 회의실 뒤편에는 영리병원 허용 반대 팻말을 치켜 든 청중들이 가득했다.

1부 주제는 ‘정보 제공 활성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질 개선’이었는데 대부분 이 토론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발표자들도 ‘에피타이저’라며 신속히 토론을 진행했다.

이상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발표 내용은 가격, 장비, 사망률 등의 의료기관 정보를 인터넷 상에 공개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자는 것이었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은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반대했지만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취지에 공감했다.

“본게임”으로 불린 2부는 7명의 발표자가 찬반토론을 벌였다.

찬성측은 의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의료산업 투자를 일반인에게도 개방하자(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박인출)거나 이미 영리 행위를 하고 있는 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대외법률사무소 김선욱)는 이유를 들어 영리의료법인 설립에 찬성했다.

경제공황 시기에 뜬금없게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의료비는 원래 오르게 돼 있다”(인제대학교 이기효)는 주장도 있었고 “경쟁이 생기면 의료비는 줄어든다”(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권용진)는 낯익은 주장도 있었다.

반대 토론을 한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의료기관에 자본이 참여한다는 것은 필수적 의료서비스를 자본이 이윤 확대하는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영리병원을 도입하면 전체 병원 모두를 자본에게 넘겨주는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발표하신 이신호 박사님의 자료는 수차례 수정됐습니다. 원래 제가 처음 받은 자료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영국에 있는 한 보건 전문가에게 의뢰한 내용이 실려있었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비영리법인이 우수하거나 같았다는 연구가 88퍼센트나 됐습니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비영리병원이 우수하다는 연구가 77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효과성과 형평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발표 내용에는 이런 것들이 삭제됐습니다.”

박형근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병원 시장 조건은 “재벌 병원 주도의 병원간 경쟁 심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그 결과 “병원 시장이 자본 조달 능력에 따라 변화하면서 재벌 병원이 다른 병원들을 밀어내고 의료비가 비싸지고 서비스가 고급화ㆍ대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 병원과 아산 병원이 들어오면서 세브란스 병원과 성모병원이 그 뒤를 쫓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어느 시점에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소송이라든지 제도 변화를 통해 건강보험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세력을 이념에 치우친 반대 세력이라고 하는 데 지금 사실 정부가 영리병원을 밀어붙이고 민간병원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이념에 치우친 것이다.”

건강보험 붕괴

청중석에서의 비판도 이어졌다.

본지 기자는 “연사들께서 의료 공급자, 소비자, 투자자 이렇게 세 축을 두고 얘기를 하시는 것 같다”며 “투자자와 소비자, 사실은 환자인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투자할 자유와 건강할 권리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하고 물었다.

“왜냐하면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경쟁이 이뤄져도 의료비는 오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경쟁적 투자로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봐 왔습니다. 부동산이 그렇지 않습니까. 다른 부문에서도 이런 예는 많습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선택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그렇지만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는 값이 싸면 품질이 나쁘고 비싸면 품질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으로 알 것입니다. 결국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 아닙니까?”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국장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국장은 “이념적으로 비판하지 말라는데 나는 이념적으로 얘기하겠다”며 영리의료법인 찬성론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영리병원 자본을 위한 겁니까, 국민을 위한 겁니까? 부자들을 위한 겁니까, 서민을 위한겁니까? 의료비 올라갑니까, 안 올라갑니까? 영리병원 허용해도 큰 변화는 없을거라고 하는데 영리병원 허용안이 나온 2005년에 병원 협회 80퍼센트 이상이 영리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왜 <중앙일보>만 초대하셨습니까? 삼성병원 갖고 계시니까요? 이념 얘기를 하지 않고서는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선진화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청중석에서 비판이 쏟아졌지만 영리의료법인 찬성 측의 답변은 군색했다. 서울대학교 권용진 교수는 경쟁으로 가격이 내려간다고 말을 시작했지만 결국 전체 의료비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전 서울대학교 총장 정운찬도 시장에서의 무분별한 경쟁이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곳곳에서 촛불 2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도 2라운드에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