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개인정보 열람안 ‘폐기’
총리실 주재 부처회의 결론
“정부선 더이상 논의 안할 것”
김양중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집적돼 있는 개인 질병정보를 민영보험 사기 조사에 활용하려던 안이 정부 관련 부처 회의에서 좌초했다.
27일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6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복지부, 금융위, 법무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 고위 간부들이 회의를 열어, 금융위가 건강공단에 모인 질병정보를 민영보험 사기 조사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11월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 논의한 결과 금융위 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질병정보 활용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복지부나 법무부는 개인정보 보호 측면을 고려할 때 개정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결국 보험 사기 조사에서 금융위가 직접 건강공단의 질병정보를 열람하거나 확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쪽으로 결정됐다. 대신 검찰이나 경찰이 보험 사기 사건을 조사할 때는 현행처럼 합법적 절차에 따라 건강공단에 질병정보 제공을 요청하도록 하고, 보험 사기는 합동조사단 구성 등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하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부처들 사이에 개인 질병정보를 보호하자는 데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에선 더이상 건강공단의 질병정보를 활용하자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금융위 안과 같은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황이라, 논란이 국회에서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금융위 안을 접었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다수 의원들도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태도여서 개정안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 안을 두고는 건강공단이 지난 22일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보건의료 시민단체들도 크게 우려하며 개정안 철회를 촉구해 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