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댓가 왜 우리가 치러야 하나”
런던 G20 정상회의 앞두고 3만 5천명 행진
변정필 기자 bipana@jinbo.net / 2009년03월30일 16시37분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런던을 필두로 유럽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G20 정상회의 결과 위기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와 빈민들에게로 전가하는 G20 정상들에게 분노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번 G20 정상회담의 의제는 △거시경제 정책공조 △금융시장안정 및 신흥국 유동성 공급확대 △보호무역저지 △금융감독 및 국제금융기구(IFIs) 개혁 등이다.
그러나 거리의 목소리는 달랐다. 지난 28일, G20 회의를 닷새 앞둔 이날 시위를 시작으로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이번 주 내내 G20에 반대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영국,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는 각각 수만 명에서부터 수백 명 규모로 시위가 진행됐다.
▲ 참가자들이 “일자리, 정의, 기후”라고 쓰인 플랑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wsws.org]
거리에서는 금융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를 외치는 사람들에서부터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이미 붕괴했다는 목소리까지 위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위기는 경제의 위기 뿐만 아니라 식량의 위기로, 생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만 예상했는데, 3만 5천 명 거리로”
<가디언>은 28일 런던에서 열린 집회와 행진에 대해 “애초에 1만 명 정도를 예상했으나, 세 배가 넘는 3만여 명이 거리를 채워 경제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영국 경찰은 이번 런던 집회에 3만 5천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약 150개 노동조합 및 교회단체, 지구의 친구들 등 환경단체가 모여 집회를 열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이태리노동총연합(CGIL)도 참가했다. 행진대열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현수막을 앞에다 내걸고, 드럼을 치거나, 깃발을 흔들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선전물을 들고 하이드 파크까지 행진했다.
브렌던 바버 영국노총(TUC) 사무총장은 세계 정상의 지도자들에게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적이 없었다며 “규제없는 자유시장이라는 구래의 사고는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빈곤에 싸우는 데 실패했고, 저탄소 경제로 세계 경제를 이동시키는 것도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금융거래과세연합(아탁,ATTAC)에서 온 수잔 조지는 국제 금융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면서 은행을 “공공재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유기농업을 하는 한 가족은 “우리의 땅과 우리의 식량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시키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고 <옵저버>는 전했다.
마르틴이라는 이름의 한 학생은 “우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더 많은 행동이 없다면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왔다”며 “내가 알고 있는 많은 학생들은 이제 실업자가 될 위기에 있다. 전공을 살려서 일자리를 찾는 건 거의 힘들다”고 말했다.
“위기의 댓가, 당신들이 부담해라”
벨기에에서 온 한 참가자는 “지금 여론에서 수많은 비난이 일고 있다.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벨기에에서도 구제금융이 있었다. 위기가 끝나면 벨기에에는 은행이 하나만 남을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합병을 당하거나 통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 뿐만 아니라 이날 유럽 각지에서 집회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각각 1만 5천여 명, 2만 명이 참가했다.
아탁(ATTAC)을 비롯한 반세계화 운동 네트워크들이 참여한 독일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당신들의 위기에 왜 우리가 댓가를 내야 하나”, “당신들이 직접 댓가를 부담하라”는 현수막을 앞에 내걸고 행진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6천 5백여 명이 도심 의사당 앞에 집결해 집회를 열었고, 프랑스 파리에서도 약 400명이 도심에서 경제 위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파리 시위대도 “우리는 그들의 위기에 댓가를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250명의 노조 조합원들이 행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