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석면 탈크’ 알고도 놔뒀다
송진식기자 truejs@kyunghyang.com
ㆍ2004년 연구용역 통해 이미 ‘검출’ 인지
ㆍ안전조치 않고 “최근 알았다” 거짓 해명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4년 연구용역을 통해 ‘탈크(Talc·활석)’의 위험성을 알고도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탈크는 최근 석면이 검출돼 논란을 일으킨 베이비파우더의 원료다.
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식약청의 2004년 연구용역보고서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 평가 연구>를 입수,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식약청이 당시 중앙대 약학대학에 의뢰해 작성됐다. 유럽연합(EU)·미국 등의 화장품 원료 평가제도와 현황·시사점 등을 소개, 국내 화장품 관리지침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 보고서의 활용 목적이었다.
보고서는 탈크를 사람 태반 등 5종의 다른 원료들과 함께 ‘안전성 재평가가 요구되는 원료’로 꼽고 있다. 또 탈크가 미국의 화장품 원료 재평가 제도의 2005년도 재평가 품목임도 명시했다. 말미에는 “(탈크는) 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되거나 문제시된 원료로 이른 시일 내에 안전성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식약청에 권고했다.
이 같은 권고에도 불구, 식약청은 탈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지난 1일 ‘베이비파우더 석면’ 문제가 불거지자 식약청은 “베이비파우더에 쓰이는 탈크가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거짓 해명했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식약청은 “당시 탈크는 석면이 아닌 붕산 위험성 때문에 문제가 제기됐다”며 “검토결과 붕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원료 재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재차 해명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뒤 EU와 미국은 2005년과 2006년에 차례로 탈크원료에 대한 석면 미검출 규정을 만들었다. 식약청이 탈크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탈크 석면에 대한 경고는 국내에서 10여년 전부터 제기됐다. 1998년 한국산업위생학회지에 실린 ‘광물 중 석면섬유의 함유에 대한 조사’ 논문에 따르면 충북 충주 등에서 채굴된 국산 활석과 중국 지린, 산둥산 수입 활석에 백석면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 지린산 활석에는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청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번에 석면이 검출된 탈크 원료들은 모두 중국산이다. 보고서는 “활석의 경우 페인트·종이·화장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산 활석의 무차별 수입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베이비파우더의 석면 문제도 3~4년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몇몇 수입산 베이비파우더의 경우 탈크 원료의 석면문제를 거론하며 탈크가 없는 ‘탈크 프리’ 파우더를 판매해오기도 했다.
당시 논문의 공동저자였던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학회 등을 중심으로 탈크내 석면에 대한 위험성을 수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진식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