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 동네의원 몰락 가져올 것”
김종명 인의협 정책팀장
보건복지부가 MSO를 활성화시킬 의지를 밝혔다.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의료법에 의료기관 부대사업범위에 이 MSO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MSO는 그간 일부 의료계에서는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특히 대한네트워크병원협의회가 그렇다. 이들 단체가 주장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MSO를 활성화해달라는 것, 복수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해달라는 것, 비전속진료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의료법을 개정해야만 하는 사안들이다. 네트워크 병원들이 구상하는 장밋빛 미래를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들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한가지인 MSO를 이번에 정부가, 그것도 주무부서의 수장인 전재희 장관이 활성화시키겠다고 한다.
MSO는 사실 전면적인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우회적으로 영리화시킬 수 있는 방편으로 모색되고 구상되었다. MSO는 병원경영지원이라는 명분하에 병원을 경영과 진료를 구별짓고, 경영부문을 떼어내 따로 회사를 차린 것이라할 수 있다. 이때 회사는 물론 주식상장이 가능한 주식회사이다. 병원 자체가 법적으로 영리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조건에서 경영부문이라도 떼내어 주식회사로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한네트워크 병원협의회에 가입하고 있는 여러 네트워크 병원들은 이미 MSO를 설립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내용적으로 MSO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코스닥에 주식상장을 할 수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MSO의 기능은 단지 네트워크 병원들의 주식상장을 허용해 주는데에만 있지 않다. 이 MSO는 마치 쓰나미 처럼 동네의원을 초토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MSO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2007년도에 최명기 교수가 ‘병원경영지원회사(MSO)에 대한 전망’이라는 글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최명기 교수에 의하면 MSO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소유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될 수 있고 상속도 가능하며, MSO를 통해 복수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네트워크 병원이나 의원들은 사실 브랜드가치를 공유하거나, 공동출자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MSO가 법적으로 허용이 되어 주식상장이나 의료채권 발행 등을 통해 거대자본을 끌어들인다고 생각해 보자. 이들 네트워크 의원들은 거대 자본을 활용하여 문어발식 확장을 해나갈 것이다. 이들은 진출하려는 지역에 동종의 의원이 있든 없든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자본력이 있으므로 막대한 마케팅과 인테리어, 그리고 기업형 경영기법을 동원할 것이므로, 자그마한 동네의원쯤은 전혀 경영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제 시장의 논리에 누가 잘 적응하느냐에 있게 된다. 누가 더 큰 자본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달라지게 된다. 전통적인 동네의원의 성공의 비결은 이제 더 이상 비결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MSO라는 주식회사를 등에 업은 네트워크 병의원들의 성공은 수많은 동네의원의 몰락 위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마치 대형마트 하나가 수천의 동네 상인들의 몰락을 가져왔듯이 말이다. 이제 개원가에서 더 이상 적자생존의 논리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논리가 통용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MSO의 활성화는 국민에게도 좋을게 별로 없다. 이제 의료서비는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에 맞춰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때로 환자는 자기에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도 알게 모르게 강매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유명 치과에서는 의사가 아니라 코디네이터가 어떤 치료를 받을지를 결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소위 선진 경영기법인 셈이다. 결국 이 MSO는 의료의 영리화를 위한 한가지 방편이며, 의료서비스가 영리화되었을 때 드러나는 모든 문제점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의료비 상승,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 필수 의료서비스 무제공과 같은 부작용들 말이다.
아무튼 의료민영화 시대, 의료계는 커다란 변혁의 혼란을 겪을 것이다. 이 혼란속에서는 주식상장으로 하루만에 수백억의 벼락부자가 될 의사도 탄생할 것이다. 반면에 많은 몰락한 의사들도 나타날 것이다. 이 변혁의 시대를 적극 즐기며 주도하는 의사들도 있을 거고, 나처럼 이 변혁을 거부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의사들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 변혁의 시기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어떤 포지션에 서는 것이 국민에게, 적어도 나에게 유리할 것인가에 대해 냉철히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김종명
기사입력 2009-05-12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