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돈벌이 수단화” “고용 늘어 경제에 도움”
‘의료 선진화 방안’ 날선 대립
시민단체, 영리병원 논의기구에 불참키로
복지부 “의료 서비스 개선할 현실적 방안”
김양중 기자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 결정을 미루면서 병원 경영지원회사 설립 등을 허용하는 ‘의료 서비스산업 선진화 과제’를 내놓은 것에 대해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거세다. 이 방안은 ‘의료 상업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으로서 “의료비 폭등과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 분야 고용이 늘고, 서비스 질도 좋아질 것”이라면서도, ‘의료비 부담 증가’ 우려 등에는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강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12일 서울 계동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용 비율이 낮아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큰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키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이 약 60%에 그쳐 “중병이라도 걸리면 가계가 파탄나는 현실을 개선하는 안은 전혀 없다”는 비판에, 복지부는 당장 공공의료를 확충하거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론’을 내세운다.
의료채권 발행, 병원 경영지원회사 설립, 의료기관의 인수·합병 등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 분야 ‘산업’에 민간 자본을 더 끌어들이기 쉽게 하는 방안들이다. 비영리병원이 의료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해 새 장비도 들여올 수 있고, 병원 경영지원회사는 민간 병원들의 경영 수준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복지부는 주장한다.
하지만 민간 자본이 들어오면 의료기관으로선 ‘의료서비스 공공성 강화’보다 ‘이윤 추구’에 치우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 방안은 민간 및 공공 영역에서 지금보다 더 의료 상업화를 부추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도 더욱 양극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채권 발행도 신용 등급이 좋다고 평가된 일부 병원만 할 수 있다. 경영지원회사도 ‘경영 합리화’를 앞세워 병원들에 수익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경애 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의료채권 발행 등으로 병원 사이 양극화만 더욱 커질 것이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병원들이 수익에 더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 운동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산업화한다는 방안도, 법률에 국가가 이 서비스를 하도록 돼 있는데도 이를 민간으로 넘기려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국민건강증진법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금연, 운동 등 각종 사업을 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문제 등을 개선할 의지가 없기에 영리병원 도입 여부를 논의할 기구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