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서울에서 치른다. 유족, 정부에 공식 요청… 29일 경복궁 앞 유력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서울에서 치른다유족, 정부에 공식 요청… 29일 경복궁 앞 유력

[현장 - 봉하마을] 한나라당 대표단, 시민들 저지로 조문 무산
09.05.25 09:48 ㅣ최종 업데이트 09.05.25 15:10         
[특별취재팀 : 봉하 현장]

취재 : 윤성효 김영균 선대식 기자 / 총괄 : 김병기 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 총괄 : 권우성 기자
동영상 : 김호중 기자 / 총괄 : 이종호 기자

[28신 대체 : 25일 오후 1시 33분]

박희태 등 한나라당 대표단, 조문 저지당해 무산
일부 시민들, 박 대표에 물 뿌려… 경찰, 폴리스라인 설치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대표단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조문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조문이 무산됐다.

한나라당 대표단은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에서 비행기로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차량으로 봉하마을에서 1.5km가량 떨어져 있는 산본공단까지 온 한나라당 대표단은 걸어서 마을로 향했다. 봉하마을에서 1km가량 떨어져 있는 삼거리에서 한나라당 대표단은 조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막혔다.

봉하마을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박 대표 등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술렁거렸다. 봉하마을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마을 입구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돌아가라”거나 “살인마 한나라당은 여기 왜 오느냐”, “목숨을 걸고 저지할 것이다”고 외쳤다.

이날 낮 12시경 경찰들이 검정색 옷을 입고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일부 시민들이 “경찰은 관여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에 일부 경찰관들은 시민들에 밀려 마을입구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봉하경비숙소로 이동하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 등은 봉하마을에서 1km가량 떨어져 있는 삼거리에서 조문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마주쳤다. 시민 20여 명은 도로에 앉아 구호를 외치도 했다. 조문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오던 상당수 시민들도 함께 가세했다.

경찰이 이들 시민들을 막으면서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봉하마을 앞 도로에는 경찰관들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 일행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런 속에 일부 시민들은 물을 뿌리기도 했고, 박희태 대표 등이 서 있는 곳에서는 우산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돌아가서 좌파가 그랬다고 해라”거나 “죽을 때까지 노사모 할 것이다”, “이명박 똘마니 박희태는 물러가라”, “우리는 노사모도 아니고 김해시민이다”, “국민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 국민이 오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지”고 외쳤다.

한나라당 조문단은 박 대표와 정몽준, 공성진 최고위원, 권경석(창원갑), 김정권(김해갑), 이주영(마을갑), 김재경(진주을), 최구식(진주갑) 의원 등이었다. 또 김태호 경남지사를 비롯한 경남지역 일부 단체장들도 동행했다.

대치 상황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이날 낮 12시 50분경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왔다. 박 대표는 문 전 비서실장을 만나 조문의 뜻을 전달한 뒤 돌아섰다.

한나라당 조문단이 발걸음을 돌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삼거리 옆 야산에 올라가 있던 수십 명의 일반 조문객들도 박수와 함께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김해가 지역구인 김정권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충격적이고, 믿기지 않는다”면서 “홈페이지에도 추모의 글을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 노 전 대통령의 극렬한 지지자들이 흥분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안타깝지만 조문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관련자 중에는 임태희 전 정책위 의장이 지난 24일 새벽에 조문했고 김광림 의원(안동을)은 25일 이헌재 전 부총리와 함께 다녀갔다. 박근혜 전 대표는 24일 낮에 조문하기 위해 김해공항을 거쳐 오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생태환경마을 조성 등 사업, 계속될까

김해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뒤 생태환경마을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전후해 김해시는 일부 사업을 재검토할 뜻을 밝혔다.

김해시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생가 복원사업과 숲 가꾸기 사업, 화포천 정비사업 등을 계획했다. 생가 복원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종간 김해시장은 25일 오전 시의원과 기관단체장 등 50여 명과 함께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시장이 분향을 마치고 나온 뒤 일부 시민이 다가가 물었다. 그 시민은 “시장님, 개발 사업 계속할 겁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김 시장은 “계속합니다, 잘 하고 있습니다”고 대답한 뒤 걸어갔다.

봉하마을을 지역구로 포함한 최철국 의원(민주당, 김해을)은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에 내려와 숲 가꾸기와 오리농법, 화포천 정비사업 등을 하면서 마을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나니 그 빈자리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당시 김해시에서 계획했던 여러 사업들을 계속할지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에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돌아가신 분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차원에서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봉하마을 가꾸기를 위해 지역구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주민이나 저도 노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김종간 시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27신 : 25일 낮 12시 30분]

장례식, 서울에서 치른다

김해시 진영읍 김해공설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서울로 옮겨져 치러지게 됐다.

25일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은 영결식과 노제를 서울에서 치르기로 결정한 뒤 정부측 장례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공식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에서 영결식이 열릴 경우 장소는 청와대 인근 경복궁 앞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봉하마을 장례위원회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오전 공식브리핑을 통해 “유족의 뜻에 따라 영결식을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과 장례위원회가 영결식을 서울로 옮기게 된 이유는 국민의 추모 열기가 매우 뜨겁기 때문이다. 애초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었지만, 국민장으로 바꾸기로 한 만큼 더 많은 국민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봐야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천 전 대변인은 “국민의 추모 열기가 예상외로 뜨겁다”면서 “가능한 국민들이 많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영결식장을 서울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봉하마을 장례위원회는 유족의 결정을 곧바로 정부에 전달했다. 천 전 대변인은 “실무적으로 벌써 이야기를 했고, 오전 중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이 전화통화를 했다”면서 “이 장관도 적극 공감한다는 취지로 답변을 하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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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기 위해 국화꽃을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다음은 천 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 서울에서 영결식을 한다면 장소는 어딘가.
“장소는 최규하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복궁 앞뜰이 바람직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 결정하기까지 진통은 없었나.
“이번 결정에는 유가족의 뜻도 반영됐다.”

- 지금 유가족들 상태는 어떤가.
“(25일 새벽) 권 여사님은 입관식 때 봤다. 상상하실 수 있는 그런 상태지만, 꿋꿋이 버텨내고 계시다. 장례 문제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집행하실 생각을 갖고 있다.”

- 북측 조전은 받았나. 또 조문단을 보낸다면.
“지금부터는 장의위원회가 구성됐기 때문에 그 차원에서 결정할 것이다. 조전을 그 쪽에서 보냈다는 것이고, 정부가 그 내용을 발표했다. 우리는 그것을 봤을 뿐이다. 받은 것은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조문하기로 결정했는데 일정은 어떻게 되나.
“우리는 책임 있게, 공식적으로 이 대통령이 봉하 빈소를 방문하겠다는 뜻을 들은 바가 없다.”

- 영결식을 서울에서 한다면 전체 절차는 어떻게 되나.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할 예정이고, 화장하면 산골을 하게 된다. 또 고인의 유언에 따라 비석을 세우는데, 그 외 봉분을 만든다던지, 봉분 안에 유골을 안치할 것인지 결정은 안했다. 매장은 영결식 당일 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에게 문의해 본 결과 화장은 반드시 당일날 (산골)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러면 서울 가서 영결식 하고 노제를 지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또 영결식을 한 뒤 당일날 바로 봉하로 내려오는 것도 가능하다.”

- 화장은 어디서 하나.
“화장은 가능한 일반 화장장에서 할 것 같다. 영결식을 서울에서 하면 서울 부근의 화장장에서 화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