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체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오바마 의료개혁 시동..WP “모두가 의료개혁 한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고 이렇게 나쁜 결과를 얻지는 않는다.”
워싱턴포스트가 9일 미국의 의료 체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자국의 의료 현실을 개탄한 문장이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불평등, 낭비, 비효율 등이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국가 전체적인 의료 수준은 그에 못 미치는 현실도 늘 문제였다. 미국의 영아 사망률은 선진국에서도 높은 축에 들고, 당뇨, 심장마비 등의 대처도 미흡한 수준이다.
10년 전 미국 의료연구소(IOM)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4만4천명~9만8천명이 의료 과실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단체 내셔널퀄리티포럼에 따르면 병원 감염으로 숨지는 사람도 매년 10만명이 수준이 넘어섰다.
값비싼 학비를 내고 의대를 졸업한 젊고 유능한 의사들도 질 좋은 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두기보다는 왜곡된 보수체계에 맞춰 시간에 쫓겨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또한 IOM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지출 가운데 3분의 1은 중복된 엑스레이 촬영과 임상 검사 등 불필요한 부분으로 빠져나가 낭비가 심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15%가량인 4천600만명이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느리고 값비싼 치료를 위해 응급실에서 몇 시간씩을 기다리곤 한다. 의료보험 가입자들도 임시변통의 처방을 위해 높은 세금과 연간 1천달러의 고액의 보험료를 낸다.
WP는 이런 열악한 구조 때문에 워싱턴 정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의료 시스템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보수.진보의 이념 성향을 떠나 비싼 의료 비용이 많은 가계를 파산에 이르게 했고,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마이클 캐넌 보건정책 연구실장은 “대부분 미국인은 미국의 의료제도가 얼마나 나쁜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진보 성향의 미국진보센터 존 포데스타 소장은 “일부는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지만 보통 미국인은 많은 돈을 내고서도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저드 그렉 상원의원(뉴햄프셔)도 “의료 지출의 상당 부분은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서비스나 중복된 검사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후보 시절부터 전 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언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욕적으로 2조3천억 달러 규모의 의료 체계의 전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미 상원 재정위원회는 오는 17일부터 백악관의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