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 정신건강 ‘적색’ 신호
56% 중등도 이상 우울증세…33% 전문의 상담 필요
대규모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쌍용자동차 노동자 엄모씨가 지난달 27일 ‘신경성 스트레스성 뇌출혈’로 사망한 가운데 21일째 옥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의 건강에 적색신호가 켜져 우려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 평균보다 2~5배 수준 높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예감하고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 긴급 정신건강실태조사 및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총 284명의 노동자가 참여했으며, 절반 이상이 심각한 정신건강 이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심리 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은 서비스 노동자 20%, 노동조합 상근자 23%, 해직 공무원 28%, 버스 노동자가 12% 수준인 데 비해 쌍용차 노동자들은 56%로 월등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고도 우울증상 호소자도 33%로 나타나 다른 여타 업종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심리상담 전문가와 면담이 필요한 중한 불안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25명으로 전체 15%를 차지했다. 노동조합 상급단체 상근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조사를 했을 경우 정상이 86%, 경한 불안증상이 12%, 중한 불안증상이 2%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7배 수준이다.
높은 우울증상과 심한 스트레스는 수면의 양과 질을 감소시킬 수 있다. 통상 수면장애는 야간 교대근무 집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조사 결과 쌍용차 노동자들의 장애수준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는 업무 중 사고 유발,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최근 작업 물량의 감소로 교대근무를 수행하지 않음에도 수면장애를 보이는 이유는 높은 우울증상과 심한 스트레스 때문”으로 판단했다.
경제적 고통이 가장 큰 고민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도 파악됐다. 질문의 유형은 ‘최근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두 가지를 선택하시오’란 물음에 조사 대상자의 79%인 131명이 1순위로 ‘경제적 고통’을 꼽았고, 2순위로 ‘불투명한 미래’라고 응답했다. 그 외에도 사측/관리자의 태도와 동료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가 가장 힘든 점이라고 답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옥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오랜 공장생활 및 바닥에서 자는 관계로 육체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며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전신무력감, 중등도의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현재 쌍용차 노동자들은 경제적 고통과 정리해고 위협에 따른 불안감, 공권력 투입 등 투쟁 상황에 대한 고민과 염려 등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 및 동료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격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