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방송내용 과학적으로 적절…되레 검찰이 왜곡해석”

  
“방송내용 과학적으로 적절…되레 검찰이 왜곡해석”
광우병전문가·교수 등 기소내용 반박

  김양중 기자  

  

» 황상익 서울대 교수(맨 왼쪽) 등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무가자문위원회‘ 위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디(PD)수첩 검찰 수사결과와 기소에 대한 반박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수 기자jongsoo@hani.co.kr

  

검찰이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수의사와 의사 등 광우병 전문가들과 법학교수,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들이 19일 검찰의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 등은 이날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피디수첩의 방송 내용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문제제기였다”며 “오히려 검찰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방송 내용을 왜곡 해석해 제작진에게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방송?
미 정부도 다우너소 광우병 위험 인정

일본·대만 수입조건 완화할 것이다?
기준 안바꿔ㅉㅖㅆB정부 허위사실 유포

아레사 빈슨 사망원인 의도적 왜곡?
당시 미 언론도 인간광우병 가장 의심

■ “과학적으로 적절했다” 박상표 국장은 “검찰은 광우병과 무관한 ‘주저앉는(다우너) 소’의 동영상을 피디수첩이 보여주면서 자막 등을 통해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로 내보냈다고 주장했는데, 미국이 다우너 소를 도축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광우병 위험 예방조처”라며 “실제 미국에서 발생한 3건의 광우병 소는 모두 다우너 소의 증상과 관련이 있었고, 미국 정부의 자료에서도 다우너 소가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또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과 관련해 피디수첩이 허위 보도를 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도 “피디수첩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쇠고기 협상에서 수입을 허용한 부위에는 일본, 유럽연합, 홍콩, 대만 등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로 지정돼 수입이 금지된 부위가 있었던 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쇠고기 협상이 끝난 뒤 이명박 정부는 일본, 대만, 중국 등도 조만간 수입조건을 한국과 비슷하게 완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까지 그 나라들은 수입 기준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피디수첩이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의도적으로 왜곡보도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미국 언론 등도 인간 광우병을 가장 의심하는 상황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석균 실장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인터뷰 자료에서도, ‘인간 광우병이 추정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신경과 의사가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경신 교수는 “피디수첩 제작진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해 보도한 내용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된다면, 이에 대해 보도하면서 광우병이 의심된다고 다뤘던 미국의 모든 언론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 “보도지침보다 더한 탄압”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검찰이 정부 정책을 비판한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인정했다”며 “이는 과거의 보도지침보다 더한 언론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검찰의 민주주의 파괴활동 중단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법학교수 104명의 성명도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검찰이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피디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지만 보도 내용 가운데 어떤 내용이 허위인지에 대해서는 특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디수첩 제작진을 비롯해 미네르바, 광고주 불매운동, 용산 참사 등의 수사에서 보여준 검찰의 태도는 법 집행보다는 단지 독재정권을 보위하기 위해 비판자들을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성명에는 김한성(연세대)·김명연(상지대)·서경석(인하대) 교수 등 전국의 법학교수들이 참여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