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독소조항’ 대거 포함
단독입수 ‘초안’ 분석…개방후퇴 금지하고, 추가개방은 허용
김기태 기자 황준범 기자
사실상의 협상 타결 단계에 이른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초안에 ‘역진 방지’ 조항, 미래 최혜국 대우 보장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이른바 ‘독소 조항’이라고 일컬어지던 항목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초안을 보면, 한국과 유럽연합은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들을 집어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쪽은 협정문 초안에서 서비스와 투자 부문에 대해 합의된 개방 수준을 후퇴시키는 무역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른바 ‘역진 조항’에 합의했다. 또 한국이 제3국과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추가적인 개방을 약속하게 되면, 이를 유럽연합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도 포함시켰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초안은 이 밖에 쇠고기 수입 개방 조건 완화, 유럽 대규모 제약회사들의 특허권 보장, 금융위기에 세이프가드 조건 강화 등 한국 쪽에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초안과 최종안의 내용이 다르다”고 밝혔으나, 세부 항목에 대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와 한 인터뷰에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확인했다. 유럽 3개국을 순방중인 이 대통령은 13일 유럽연합 의장국인 스웨덴의 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와 정상회담을 벌인다.
김기태 황준범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