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측, 부상치료 위한 의료단마저 출입 통제
인의협 “인도적 의료행위 막는 것은 불법”
장명구 기자 jmg@vop.co.kr
경찰과 쌍용차, 인도적 의료행위마저 출입 통제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을 통과하려는 인의협 진료단을 12일 경찰과 쌍용차 사측 직원들이 가로막았다.ⓒ 민중의소리
경찰과 쌍용차 사측 직원들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출입을 전면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지원단마저 경찰과 사측 직원들에 의해 출입을 통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은 12일 오후 점거농성 중인 노조원들의 건강상태를 진료하기 위해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인의협은 정문에서부터 사측 직원들에 막혀 2시간 가까이 들어가지 못했으며, 그나마 18명 중 13명만이 정문을 통과했다. 인의협 소속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5명은 결국 발길을 돌려야했다.
사측 직원들은 의사 가운과 인의협 조끼를 입은 진료단의 출입을 처음부터 거부했다. 인의협이 인도적 차원의 출입 허용을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의료진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측 직원들에게 인의협은 명단을 건네줬으며, 신분증과 명함으로 신분을 확인해 줬다.
그러나 사측은 다시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가지고 들어가라고 요구했고, 이에 인의협은 “왜 신분증을 맡겨야 되냐?”, “왜 자꾸 요구하는 게 바뀌냐?”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충돌이 일어났으며, 협상을 위해 들어서는 의사가 사측 직원들에 의해 출입문에 끼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측은 인의협이 신분증과 명함을 제시하자 이번에는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했다. 결국 2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의료진 18명 중 13명만이 겨우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문 밖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쌍용차 가족대책위 조유란(36)씨는 “아픈 사람이 많은데 13명을 많이 받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의료진을 못 들어가게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에 대한 항의도 잇따랐다. 의료단은 “인도적 차원의 의료행위를 막는 사측의 불법행위를 보고도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백남순(포천병원 마취과) 인의협 사업국장은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심한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며 “언제 경찰과 사측이 들어올지 몰라 많이 긴장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백 국장은 “늑골 골절, 요로 결석 등 빨리 후송해야 하는 큰 부상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과 사측에 의해 연행되는 분위기라 못 나오고 있다”며 “안전한 환자 수송과 연행 없는 인도적 차원의 의료보장”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합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족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국장은 지난 몇 달간 진료를 통해 파악한 결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는 모두 150여명이며, 긴급후송이 필요한 환자도 15명에 이르는 등 조합원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전경버스 20여대와 경찰병력을 공장 주변에 배치했으며, 정문 주위에는 경찰 20여명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정문을 확보한 사측 직원들은 정문 밖에서조차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고 있으며, 공장 안에는 사측 직원들만 출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노조 측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공장 안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약간 긴장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사입력 : 2009-07-12 17:55:11 ·최종업데이트 : 2009-07-12 18:4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