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약값 인상 전망에 환자들 애타
‘리펀드’ 논의 배제…20일 3차 조정위서 절충
입력일
2009.07.17 10:23ㅣ 수정일 2009.07.17 11:08
보건복지가족부는 20일 제 3차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열어 혈우병 치료제 노보세븐의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절충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15일 열린 2차 약제급여조정위에서 노보세븐에 리펀드 제도를 적용할지에 대해 각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고려해 적정 가격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3시간 30분에 걸친 논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약 공급도 함께 지연되면서 혈우병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날 오전 노보세븐 제조업체 본사인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복지부에 리펀드 제도 적용을 거부하는 뜻을 전하면서 조정위 차원에서 리펀드 도입에 대한 논의는 배제됐다. 리펀드 제도란, 예컨대, 다국적 제약사가 국제적으로 한 알 1만 원에 공급하는 약이라면 한국에도 1만 원에 파는 것으로 하되 실제 한국에서 환자에 공급되는 가격은 정부가 내정하는 5000원 선으로 사실상 합의한 뒤 다국적 제약사가 나중에 차액에 해당하는 5000 원을 건강보험공단에 납입해 비싼 약값에 따른 보험공단의 손실을 보충해 주는 방식이다.
노보세븐이 리펀드 제도를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 그 동안 리펀드 제도를 도입해 약가를 산정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소비자에게 실제 약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반대 의견의 가장 큰 근거였다.
이 제도 적용마저 고려할 수 없게 된 지금 상황에서는 노보세븐의 약가가 제약사가 원하는 대로 정해질 가능성도 크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해 제시했던 61% 인상안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복지부 약제급여과 김성태 사무관은 “15일 조정위에서 선진국 가격에 근접한 수준으로 약가를 올려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환자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제약사가 공급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가 정책적으로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필요 이상으로 무기력하다고 비판한다.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는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다른 국가로부터 병행 수입을 하거나, 독점권을 쥐고 공급을 거부하는 제약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약사와 아무런 마찰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들 입장을 중심으로 약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으나 제약사와 마찰을 감수한다면 다른 방법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약가 인상에 따라 환자 측 부담과 건보 재정 손실이 높아지지 않느냐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복지부에서는 혈우병과 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약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비 지원을 하기 때문에 약가가 상당히 오르더라도 환자 본인 부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 사무관은 “환자가 많지 않은 질환이라 건보 재정도 30억~ 35억 정도 더 드는 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강아라 사무국장은 “재정 규모에 따라 사안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태도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어느 정도의 재정이면 많이 들고 적게 드는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강 사무국장은 또 “환율 상승을 근거로 약가를 올린 전례가 없기 때문에 제약사의 편의대로 약가가 산정된다면 다른 의약품의 약가 인상 요구 또한 차차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aemin@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