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탄 맞아 뺨 썩는데 항생제 없이 수술…”
쌍용차 공장내 인권침해 사례 발표 기자회견… “하루 한두끼 먹기도 어렵다”
09.07.23 18:09 ㅣ최종 업데이트 09.07.24 08:58 권박효원 (10zzung) / 성스런 (saintlydog)
쌍용차
▲ 23일 오후 2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차 인권침해 보고 기자회견’
ⓒ 권박효원 쌍용차
“물이 끊겨서 대소변을 못 보고 음식이 끊겨 하루 두끼 먹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는데 흩어지게 하려는 게 아니라 ‘맞아 죽어라’하는 것입니다. 스티로폼 녹을 정도인데 사람 살에 맞으면…. ‘얘들은 적이다, 죽여야 한다’고 하지 않으면 이렇게 못합니다. 저희들은 살기 위해 온 것이지, 죽으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쌍용차 공장내 농성 중인 노동자 동영상 인터뷰)”
“어제(22일)에는 의료지원을 간 의사 2명이 연행됐습니다. 제가 지난 7년간 의료지원을 다니면서 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선배들은 ‘노태우 때도 안 그랬다’고 합니다. 결국 들어가서 테이저 탄에 맞은 너비 2㎝ 깊이㎝ 상처를 째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항생제도 못 썼는데 그게 무슨 수술이라고…. 뺨이 다 썩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사 백남순씨)”
“법을 얘기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쌍용차 공장에서는 용역들이 새총을 쏘고 불을 지르고, 용산참사에서처럼 똑같이 합니다. 경찰이 엄호하고 합동작전도 하고 경찰 장구도 빌려줍니다. 경찰력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자존심이 있지, 일반 용역깡패에게 지위 안 넘깁니다. 경찰은 경비업법 위반과 중상해죄, 공무원 사칭의 공범입니다. (권영국 변호사)”
쌍용차 공장의 인권침해 사례는 생생하고 절박했다. 23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은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공장의 상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사 백남순씨는 전날 진료 상황을 설명하다가 목이 메어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39일째 농성하다가 공장을 나온 김을래 쌍용차노조 부지부장은 “이 나라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19일부터 21일까지 쌍용차 공장에 있었는데 그동안 주먹밥 다섯개를 먹고 버텼다, 이건 사람을 모아놓고 굶겨 죽이는 살인이다”면서 “협상 창구를 열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부에 대화 요청하고 있는데 창구가 열리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우리 죽이려는 게 아니면 이렇게는 못합니다”
▲ 22일 오후 2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차 인권침해 상황 보고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사 백남순씨가 테이저탄을 들고 공장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권박효원 쌍용차
현 상황에 대해 권영국 변호사는 “쌍용차 용역업체 직원들이 타인에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경우 경비업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에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경찰에 의해서 합동작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생명을 위협받는 조합원들이 방어를 위해 새총이나 화염병을 쏜다고 해서 국민 생명을 보호할 경찰이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은 이렇게 법 위반을 지적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경찰이 강제진압을 예고하는데 그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모르겠다”면서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을 떠나보냈는데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 한다”면서 공권력 투입 중단과 정부의 교섭 재개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5일 평택에서 노동자대회를 열고 26일 금속노조 차원에서 6시간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가 밝힌 쌍용차 공장 내 인권침해 사례들을 정리한 것이다.
[용역직원들의 폭력 : 볼트 쏘고 불 지르고]
22일 사측이 새총을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쏜 볼트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노동자들의 대항 폭력이 있었지만, 사측과 용역은 폭력에 대한 감시가 없는데다가 노동자들은 방패 등이 제대로 없어 신체 위해가 더 심각하다.
또한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사측이 건물 바로 옆에 있던 차량을 이유없이 방화했다. 공장 안은 소화전마저 차단됐는데, 이는 소방기본법 위반으로 경기도소방서가 사측에 빠른 조치를 촉구한 상태다.
[용역 직원과 경찰의 합동작전 : 나란히 진입 준비, 다함께 집단구타]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들과 나란히 서서 공장진입을 준비했다. 경찰과 용역 직원이 함께 노동자를 집단구타했으며 이같은 장면이 ‘사자후TV’에 찍히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규정 외 불법장비나 경찰장구를 사용해도 묵인했다.
[경찰의 폭력 : 노동자 얼굴에 5만볼트 총을 쏘다]
22일 오후 6시 40분께, 경찰은 노동자들을 향해 테이저건을 발사했고 세 명이 총에 맞았다. 이 중 박아무개 조합원은 얼굴에 관통상을 입었다. 탄은 끝부분이 낚시바늘처럼 생겨서 쉽게 빼낼 수 없고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테이저건은 탄이 박힐 때 최고 5만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데, 성격상 대테러장비에 해당되는 것이지 집회시위 관리장비가 아니다. 경찰장비관리 규칙은 “전극침이 발사되는 전자충격기를 안면을 향해 발사해선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뿌리고 있는 최루액은 코와 눈을 따갑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을 녹이고 시멘트 바닥을 변색시킬 정도의 산성이 있는 물질이다. 경찰은 헬기를 통해 비닐봉지에 넣어 혹은 직접 최루액을 살포하고 있다. 금속노조원들은 평택공설 운동장에서 최루액을 제조하는 현장을 발각했는데, 고무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최루액을 제조하던 사람들은 도망을 쳤다. 현장에 발견된 화학약품에는 독극물을 나타내는 해골 표시가 있었다. 현재 전문가가 최루액의 성분을 분석 중이다.
▲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점거농성중인 가운데 22일 오후 보건의료단체들이 식량, 식수, 의료진 차단 조치에 항의하며 물과 의약품을 농성중인 노조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도로를 점거한 불법집회라면서 참가자들 일부를 연행하고 있다.
ⓒ 권우성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의료진·의약품·음식 차단 : 고혈압·당뇨 약도 끊기고]
22일 심각한 환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은 의료진이 공장에 들어가려 했으나 사측은 “아무리 위독해도 의사는 들어갈 수 없다”면서 차단. 국가인권위 조사관과 경기경찰청이 의사는 들어가게 하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결국 의사는 4시간 실랑이 끝에 공장에 들어갔는데 사측 총무팀장이 의사의 바지 주머니를 뒤지며 인권침해를 했다. 소방관은 “사측이 무서워서 들어갈 수 없다, 사측에 폭행당하기도 했다”면서 “구급차는 들어갈 수 없으니 의사가 직접 들것을 들고 들어가라”고 권했다.
그동안 의료진은 모두 14차례 현장진료를 진행했으나 경찰과 사측의 방해로 제대로 치료를 한 적은 없었다. 지난 4일 진료에서는 노동자 1천여 명 중 200여 명이 진료를 희망했다. 이 중에는 외상 및 타박상, 늑골 골절, 상완골 골절, 무릎연골 파열 등 중상자가 다수 있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들도 약품을 들여오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후송이 필요한 환자들도 경찰의 체포 협박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도 기자들도 인권침해 : 미란다 원칙은 없었다]
22일 오후 경찰들은 식수와 식량·의약품·의료진 출입을 요구하는 인권단체 활동가와 의사들의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이에 저항하는 의사의 사지를 들어 끌고 갔으며 여경 없이 여성 참가자들의 팔을 꺾어 연행하기도 했다. 인도에 있던 참가자도 연행했다. 미란다 원칙은 고지하지 않았다. 반면, 사측의 기자회견이나 공장외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무대응하거나 오히려 보호하고 나섰다.
22일 새벽 2시 40분께는 사측 관리자 20여 명이 의자와 스티로폼을 들고나와 사자후TV의 생중계 화면을 가리고 중계용 천막도 철거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측의 폭력을 방조했다.
출처 : “테이저탄 맞아 뺨 썩는데 항생제 없이 수술…”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