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민영화 절대 안돼”
공정위 ‘산재보험의 독점구조 개선’ 토론회, 산재노동자 반발로 무산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한 ‘산재보험의 독점구조 개선’ 토론회가 산재노동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조현미 기자 ⓒ 매일노동뉴스
산재보험을 민간보험시장에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하려던 토론회가 산업재해 노동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산재노동자들은 “산재보험 민영화는 시한폭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사자 빠진 공개토론회=1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산재보험의 독점구조 개선’ 토론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입규제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의 일환으로 진행하려던 것이었다.
주제 발표는 이기형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이 맡고 박화진 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김상호 관동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양희산 전주대 금융보험학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가할 예정이었다. 산재보험의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는 쏙 빠진 것이다.
민동식 한국산재노동자협회장은 “산재노동자와 사업주를 제외하고 무슨 토론회를 연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주최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토론회는 1시간 30분가량 정회됐고, 주최측은 “오늘 공개토론회는 사정으로 진행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노동자 반발 거세=한국산재노동자협회와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는 이날 ‘산재보험 민영화는 시한폭탄’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군사 독재 정권에서도 산재보험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해 유지·발전시켜왔다”며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 손해보험사에 넘기겠다는 정부와 국책연구원들을 믿고 어찌 살라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민주노총도 “공청회 무산은 산재환자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실태조사 조차 없이 보험재벌의 이윤보장을 위해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한 당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산재보험이 민영화되면 산재환자에게 지급돼야 할 각종 치료·보상이 보험재벌의 이윤을 위해 축소·폐지될 것은 자명하다”며 “산재인정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강제로 치료기간이 단축될 것이며 보상금액도 감액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친기업 정부 들어서 산재보험 민영화 얘기가 주기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보험연구원의 산재보험 민영화 논리는 대응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논리가 비약하다”고 꼬집었다.
◇산재보험을 재벌 손에?=정부와 민간보험회사가 산재보험을 공동으로 운영할 경우 중소기업들도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중소기업은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천 화재참사처럼 대형사고가 났을 때 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민동식 회장은 “5인·10인 이하의 영세한 사업장에서 대부분 산업재해가 발생하는데 이들은 자체적으로 산재를 보상해줄 능력이 없다”며 “토론회를 하려면 손보사를 갖고 있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단체까지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회장은 “산재문제는 잘못 건드리면 폭탄”이라며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손보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정부를 상대로 계속 산재보험 민영화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