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돈벌이에 보건소마저 들러리
학부모강좌 주최 속여 환자 파악·약 홍보
김양중 기자
한 제약회사가 환자 발굴을 위해 학부모 대상의 건강강좌를 마련한 뒤 보건소 등에서 강좌를 대신 진행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와 보건의료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관련된 약을 생산하는 ㅎ사가 해당 질환과 관련된 건강강좌를 기획하고 강사료 등 예산을 마련한 뒤 보건소나 정신보건센터가 강좌를 주최하게 했다. 해당 건강강좌는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산만한 아이, 현명한 부모’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며, ㅎ사는 강사료 등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ㅎ사가 작성한 ‘산만한 아이, 현명한 부모 학부모 강좌’ 문서를 보면, 이 강좌는 ‘신규 환자 창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이 문서에는 각 지역 대형 병원 소아정신과가 나서 지역 보건소 또는 정신보건센터에 강의할 수 있음을 알리고, 보건소 등이 학교에 학부모 강좌 제안 공문을 보내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실제 서울과 대구 등의 대형 병원 3곳에 소속된 교수들이 보건소 등에 강의를 제안했으며, 보건소 등은 관내 초·중학교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강좌를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다.
ㅎ사의 문서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적으로 1만명의 신규 환자를 발굴해 내고 한달에 5억원의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실제 프로그램 진행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에 전국 48곳의 학교에서 1만6100명의 학부모가 이 강좌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이번에 문제가 된 약은 미국에서 건강한 어린이의 돌연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며 “정부는 제약사의 이런 판촉 전략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대해 ㅎ사 쪽은 “해당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려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강사료도 20만원 정도로 실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