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사용자협, 산별교섭 판 걷어찼다
시행 6년째 일방적 해산…교섭 응하지 않기로
“친기업 정책 영향…정규직 전환 등 후퇴 우려”
이완 기자
병원 사용자 쪽 교섭단체인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가 지난 26일 해산을 결의하면서, 시행 6년째를 맞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산별중앙교섭 틀이 무너지게 됐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모범적인 산별노조 전환 사례로 꼽혀온 보건의료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사용자협의회는 27일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일방적으로 교섭을 종료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아, 협의회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어 해산했다”며 “앞으로 노조의 산별교섭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용자협의회는 2007년 5월 설립돼 보건의료노조와 교섭을 벌여왔으며, 고려대·이화여대·한양대 병원 등 전국 101개 병원이 가입돼 있다. 2006년까지는 사립대·민간중소병원 등 병원 특성별로 그룹을 지어 보건의료노조와 교섭을 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사용자 쪽이 해산을 통해 노조를 겁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대각선 교섭’을 통해 단체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각선 교섭은 교섭권을 위임받은 산별노조가 병원 등 개별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을 말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의 보건의료노조는 2004년부터 병원 사용자 쪽과 산별중앙교섭과 병원별 현장교섭을 통해 해마다 단체협약을 맺었다.
올해는 지난 4월부터 6월9일까지 8차례 산별교섭을 했지만 진전이 없었고, 6월26일에는 보건의료노조가 쟁의행위를 결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1일에는 임금 2% 인상 등 조정안을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놓았지만, 사용자 쪽이 거부했다. 비정규직의 고용 보장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요구했던 노조는 지난달 6일 산별중앙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일부 강경파 병원들이 중노위의 조정을 거부하는 등 사용자협의회 안에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교섭을 하는 게 더이상 무의미했다”고 말했다. 반면 백현민 사용자협의회 사무국 팀장은 “산별교섭을 진행한 5년 동안 조정에서 끝난 적은 없었다”며 “이후에 노조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태주 노동행정연수원 교수는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기업별 노조가 하기 힘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의료공공성 확보 등을 교섭에서 주장해왔다”며 “사용자 단체의 해산은 친기업적인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