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감염 의심자들도 동네병원 불신 거점병원으로 몰려들어

동네병원선 “거점병원 가라”→ 거점병원선 대기만 3~4시간
감염 의심자들도 동네병원 불신 거점병원으로 몰려들어
주변 전파 확산 우려…“처음부터 모든 병원서 진료했으면…”

  김양중 기자 김민경 기자  

  


» 경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27일 오전 등굣길에 발열 검사를 받으려고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고양/연합뉴스

  

  

신종플루 진료 혼선
“지난 26일부터 감기 몸살 기운이 있어 동네 이비인후과 의원을 갔더니 치료 거점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해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어제 다른 병원에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진료도 못 받고 오늘 이 병원을 찾게 됐습니다.”

27일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 플루) 치료 거점병원인 서울 순천향대병원의 ‘신종 플루 전문 진료소’를 찾은 회사원 박아무개(34)씨는 동네 의원이나 병원을 믿지 못해 대학병원의 진료소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의원에서는 그냥 거점병원으로 가라고 하면서 귀찮아하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다”며 “확실하게 진단과 치료를 받자는 생각에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생 손녀와 고등학생 손자를 데리고 이 진료소를 찾은 최아무개(75)씨는 “지난 24일 이 진료소에서 손녀와 손자가 모두 신종 플루 검사를 받고 오늘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왔는데, 결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허탕을 치게 됐다”며 “검사를 받은 날부터 약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는데 이제 결과가 나오면 뭐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하루 10~20명 정도만 왔는데, 어제는 60명 넘게 오더니 오늘도 오전에만 40명 가까이 와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대상자별 신종플루 예방접종 시기

  

다른 치료 거점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한양대병원, 중앙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에는 하루에 감염 의심자들이 600~1000명가량 몰려들면서 환자들이 서너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지난 26일 신종 플루가 의심되면 동네 의원에서도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를 당부했지만, 감염이 의심되는 이들이 여전히 치료 거점병원을 찾으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감염이 의심되는 이들이 거점병원 진료소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신종 플루를 전파시킬 우려도 있다”며 “동네 의원도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고 감염 의심자들도 동네 의원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종 플루가 위중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고, 치료 거점병원으로 가야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네 의원 의사들도 정부 대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ㅇ원장은 “정부와 언론이 자꾸 불안감만 부추기며 치료 거점병원으로 가라고 하니, 환자들이 동네 의원을 찾을 리가 있느냐”며 “환자들이 ‘학교에 내야 한다’며 신종 플루 검사 결과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치료 거점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ㅅ의원 원장은 “동네 의원이 신종 플루 관련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내면 건강보험 심사에서 삭감된다는 소문이 있다”며 “애초 계절 인플루엔자처럼 모든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정부와 의료 현장 사이의 괴리와 불신, 신종 플루에 대한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감 등이 맞물리면서 정부 대책이 겉돌고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