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3~7살 등 고위험군 접종 ‘두번의 소외’, 예방접종 뒷전인데 비용은 개인 부담케

3~7살 등 고위험군 접종 ‘두번의 소외’
예방접종 뒷전인데 비용은 개인 부담케
“어린아이들 더 위험한데” 부모들 발동동
전문가 “영아 가족 등 우선 접종 포함을”

한겨레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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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접종 문제는

서울에 사는 박아무개(37) 교사는 요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을 포함해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 플루) 감염 학생들이 종종 생기는데, 집에는 각각 생후 6개월, 42개월 된 남매가 있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혹시 자신이 학생들에게 감염돼 신종 플루 고위험군에 속하는 아이들에게 옮길까 걱정이다. 그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예방접종을 받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이보다 더 위험하다는 만 8살 이하 아이들에게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 남편·아이들과 함께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작정이다.

하지만 그러자니 아이들까지 병원비를 내야 하는 것에 은근히 화가 난다. 그는 “학생들은 무료라고 하는데, 더 위험한 어린아이들의 예방접종은 의료기관을 찾아 접종비를 내야 하는 것은 문제”라며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정부가 말만 하지 말고 예방접종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세심하게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만 9살 이상은 신종 플루에 상당한 면역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한겨레> 11월6일치 9면)되면서, 이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와 학교에 다니지 않는 3~7살 아이들을 비롯해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이들의 경우 병·의원에 1만5000원 이상의 접종비를 내야 하는데, 국가접종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종 플루에 더 취약한 이들에게 비용까지 물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소아과 교수는 “이번 예방접종 임상시험에서 만 8살 이하의 항체 양성률은 접종 전 3.6%, 한 번 접종 뒤 38.6%로, 만 9~17살의 17.8%, 82.6%에 각각 견줘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면역력도 약해 더 위험한 이들 가운데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만 3~8살 아이들이라도 학생들과 함께 예방접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3살 이하의 경우 한 차례 접종에서 항체 형성률이 극히 낮았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생후 6개월 이하의 영아는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예방접종의 대상이 아니므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가족을 국가접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신종 플루에 취약한 우선접종 대상은 모두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실장은 또 “같은 당뇨 환자라도 약을 먹는 사람은 우선접종 대상에서 빠지는 등 정부의 예방접종 우선순위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는 다른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을 빼서라도 국민들을 살릴 수 있는 예방접종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예방접종 우선순위를 놓고 논란이 커지는 것은 정부가 신종 플루 확진자나 사망자 숫자에 매달리면서 나이대나 성별을 기준으로 국민들이 신종 플루에 얼마나 감염돼 있는지, 신종 플루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