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유엔 “한국, 경제와 인권 부조화” 지적

유엔 “한국, 경제와 인권 부조화” 지적
| 기사입력 2009-11-24 00:13 | 최종수정 2009-11-24 00:39
  

호주제 폐지 등 진전 평가..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오류도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유엔이 23일 채택한 우리나라 정부의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이하 사회권규약)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 보고서는 한 마디로 `눈부신 경제 성장과 인권 수준의 상대적 부조화’로 요약될 수 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총 36개 항, 13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몇몇 분야에서의 개선과 진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성장은 충분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특히 노숙자, 비닐하우스 거주자, 보호시설 수용자 등 인구의 8.4%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이 확대되고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노동.거주.교육권 등 우려 = 위원회는 세부 권고를 통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의 취약한 권리,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 전체 노동자의 52.3%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제 미보장, 여성과 청년의 노동권, 공무원 노조 불인정,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 파업 노동자에 대한 업무방해죄 남용 및 과도한 물리력 행사 등을 지적했다.

또 위원회는 용산사태와 같은 참사를 초래한 폭력적 강제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우리 정부에 대해 “대규모 개발계획에 따라 이뤄진 강제철거의 규모에 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교육문제와 관련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학생들이 일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좌우된다”며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상급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제고사 제도는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력 성장과 함께 한국정부의 해외개발원조(ODA) 증가 목표치를 2015년까지 GDP의 0.7%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국제사회의 합의에 맞춰 상향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호주제 폐지 등 호평 = 8년 전 2차 이행 보고서 심의 때에 비해 크게 개선된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 정부가 2007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민법을 개정해 호주제를 폐지한 점, 장애인 권리협약과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한 점 등은 긍정 평가했다.

위원회는 또 이민법을 개정해 망명 희망자에게 노동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는 부여한 점, 학교 내 체벌을 대체하기 위한 일종의 벌점제인 `그린 마일리지(Green Mileage) 제도를 도입한 것, 저소득 계층에 문화 공연 접근권을 제공하기 위한 문화 바우처 제도를 활용한 점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위원회 보고서 중에는 `한국의 헌법이 한국인에게만 적용된다’, `직장 내 성희롱이 범죄화 돼있지 않다’는 등 사실과 다른 지적도 눈에 띄었다.

우리 헌법 6조는 국제법과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점과 함께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직장내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