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부, 서비스업 고용효과는 인정…사회서비스 예산은 외면

      
정부, 서비스업 고용효과는 인정…사회서비스 예산은 외면
고용전망, 환란있던 DJ 정부때보다도 못해
정부 “사회서비스 예산만 크게 늘릴순 없어”
“일자리창출 실제 정책순위 ‘4대강’에 밀려”

  안선희 기자  

  

  
경기 회복세가 지표상에 머물고 있을 뿐 체감 경기로 이어지는 고용부분에는 여전히 냉기가 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연일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목소리가 큰 것과는 달리 예산과 구체적인 정책과 통해서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고용’이 여전히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 5년간 일자리 300만개?…100만개도 어려워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재임 5년간 신규 일자리를 300만개 만들어내겠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신규취업자는 14만5000명 늘어나는데 그쳤고 올해는 7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 정부 예상대로 20만명이 순조롭게 늘어나고, 남은 2년동안 큰 탈없이 고용률 60% 정도(25만~30만명)를 달성한다고 가정해도 5년동안 늘어나는 일자리는 70만~90만명에 그친다. 참여정부 5년동안의 126만명은 물론, 외환위기의 충격파를 맞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94만명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진 탓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이 제고되면서 우리나라의 취업계수는 지난 10여년안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수출 부문은 고용창출 능력이 더 약하다. 제조업의 취업계수는 2007년 3.0명으로 서비스업 12.8명의 4분의 1이다. 2000년 대비 2007년의 취업유발계수 하락률을 보면 수출은 -38.6%, 투자는 -12.7%, 소비는 -20.1%로 수출이 가장 크다. 삼성전자, 현대차가 아무리 조단위 이익을 내도 고용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를 방치하고서는 내년에 5% 성장을 하고 그 이후에 4~5% 성장율을 이어가도 고용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띠기 쉽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말로는 서비스산업, 힘은 안실려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고용대책을 내놓고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조업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업 활성화에 정부도 겉으로는 적극 동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업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도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의 예산을 겨우 100억원 늘리는데 그쳤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전체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한 쪽 예산만 크게 늘려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참여정부 시절 강조했던 정책이어서 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상용직 단시간 근로자’ 등 근로형태 다양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대책 역시 기업을 유인할 수 있는 세제나 지원금 등 구체적인 지원책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이번 정부 성향에 맞는 소위 ‘서비스업 선진화’, 즉 규제완화와 개방을 통해 의료·법률·교육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조차도 역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서비스업 선진화의 상징격인 영리병원 도입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 인천 연수구 동춘동 인천중소기업제품종합전시장에서 지난 9월 열린 ‘2009 인천·경기서부권 일자리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믿는 것은 4대강 사업뿐? 아직까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일자리 대책으로 눈에 띄는 것은 ‘4대강 사업’정도다. 강만수 국가경쟁력위원장은 지난 11일 한 세미나 강연에서 “4대강 사업은 높은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금재호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 소장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예산, 세제, 제도 등 모든 정책에서 일자리를 가장 중요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4대강사업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토목공사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