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이제 법도 무시하나”
시민단체 “한미 FTA와 판박이…국민 생명·안전 또 내주나”
기사입력 2009-12-22 오후 3:22:38
최근 정부가 캐나다산 쇠고기를 ‘원칙적’으로 수입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런 결정이 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이후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는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수입할 수 없다. 또 쇠고기 수입 금지 지역을 해지할 경우 수입 위험 분석을 실시하고, 위생 조건에 대한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5월에도 2002년생 젖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등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16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캐나다 현지 조사 보고서 등을 국회에 제출조차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입 재개 입장을 밝혔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생민주국민회의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역 협정보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생민주국민회의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역 협정보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프레시안
미국 축산업자도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중단 요구하는데…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최소한의 법과 절차를 무시한채 졸속으로 수입하기에는 캐나다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너무 높다”고 거듭 강조했다.
캐나다의 광우병 위험 물질(SRM) 규정, 광우병 검사 비율, 사료 규제 조치는 유럽, 일본 등 광우병이 발생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모두 미흡하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광우병 위험물질로 규정하는 30개월 미만 소의 편도조차 캐나다에서는 광우병 위험 물질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캐나다는 2007년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받은 이후에도 6건의 광우병 발생 사례가 추가로 발견됐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캐나다의 광우병 발생률이 미국에 비해 48배나 높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미국의 축산업자마저도 30개월 이상의 캐나다 생우 및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또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하기 위한 캐나다의 요구 조건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캐나다 정부가 FTA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쇠고기 검역 문제 해결 없이 FTA의 타결과 비준이 어렵다”라는 입장을 제시해왔기 때문. (☞관련 기사 : MB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선언한 진짜 이유는?)
시민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졸속 개방 때도 정부는 한미 FTA와 광우병 이슈는 별개라고 강조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선언 역시 한미 FTA와 판박이로서 한·캐나다 FTA의 선결 조건으로 수입 재개를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면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을 받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32개국에 이르는 광우병 본산지인 유럽을 포함한 광우병 발생국가들로부터 쇠고기 수입은 시간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다시 한·캐나다 FTA를 위해 광우병 발생국인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려 하고 있다”며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것이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아 동일한 일을 반복한다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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