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노이로제’ 노숙인 추모제도 막는 경찰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
길거리에서 숨져간 노숙인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연 사람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2일 저녁 8시께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열던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등 12명을 미신고 불법집회를 열었다는 혐의로 강제 연행했다.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서울역 주변 노숙인 등 150여명은 이날 저녁 7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열고 있었다. 그런데 추모제가 끝날 무렵인 8시께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형사와 경찰관들이 나타나 “지난 5월 이후 서울역에서 여는 모든 촛불집회를 불허했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하고 이동현 활동가 등을 연행했다.
빈곤사회연대 이혜경 활동가는 “추모제를 열면서 촛불을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9년째 열어온 행사인데 왜 올해만 미신고 집회임을 문제삼고, 참여자들을 연행해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창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이들이 미신고 집회를 열어 3차례 경고 방송을 한 뒤 연행했다”며 “광진경찰서로 이송해 조사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