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추모제 폭력침탈,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
일시 : 2009년 12월 23일(수) 오후 2시
장소 : 남대문 경찰서 앞
주최 : 2009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
노숙인 추모제 폭력침탈․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문
2009년 12월 22일 일년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지날 우리는 어이없고 분노스러운 사태를 목도하게 되었다. 9년째 진행되어오던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서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추모제를 폭력적으로 침탈하고 12명을 강제연행한 것이다.
2001년부터 매년 동짓날 열리던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는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이하였다. 노숙인 추모제는 극한의 빈곤상황에서 생을 마감한 홈리스 생활자들을 추모하고 노숙문제의 현실폭로와 권리실현을 결의하는 장이다.
홈리스 상태를 살고 있는 이들의 죽음은 일상적이고, 생의 매 순간에 걸쳐 일어난다는 점에서 추모제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남은 자들의 정화를 다짐하는 의식으로만 머물 수는 없었다. 경제위기로 거리 노숙생활자의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더욱더 그러하다. 현재 거리노숙생활자 수의 급증세는 포착되고 있지 않으나, 거리노숙으로 전락하기까지 일정정도 경과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은 빈곤층의 복지정책을 후퇴시키고 예산을 축소하며 가난한 민중들의 삶을 삽질로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인 복지 역사가 10년을 경과했으나 지원 내용과 방향을 총괄하는 법률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 거리에서 이름없이 죽어갈 수 없다는 추모와 홈리스들의 의지를 담아 진행되던 2009 노숙인 추모제에서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매년 진행해오던 방식으로 여러 단체들의 추모발언을 듣고, 추모공연을 보고, 추모 헌화를 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추모문화제에서 촛불은 9년째 빠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작년까지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어 오던 노숙인 추모제가 2009년에는 촛불을 들었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경찰의 폭력진압은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추모제를 10분 남겨두고 폭력적으로 침탈, 지나가던 시민을 포함한 12명을 강제로 연행하는 사태를 만든 것이다.
폭력침탈과 불법연행에 대해 경찰은 야간 불법집회라는 명분을 들이댔다. 하지만 지난 9월 헌법재판소는 야간집회 불허는 위헌이라고 판결하였고,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야간 촛불집회에 대해 무죄판결이 있은 바 있다. 또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는 집회 신고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매년 9년째 진행되어오던 노숙인 추모제를 새삼 불법 야간집회 운운하며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으로 노숙인 추모제를 침탈하고 강제연행한 것에 우리 노숙인 추모제 참가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에 2009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기획단은 강제연행 된 12명에 대한 즉각 석방과 이번 사태에 대한 경찰 책임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폭력침탈 강제연행 경찰을 규탄한다!
하나. 연행자를 석방하고 책임자는 사과하라!
하나. 홈리스도 인간이다 홈리스 인권 보장하라!
2009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
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서울역진료소학생모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한울타리회, 홈리스행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