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사법부 공격, ‘파시즘’ 도래의 징후”

사법부 공격, ‘파시즘’ 도래의 징후”
“보기 드문 과학적 판결 …조·중·동은 민주주의의 적”
기사입력 2010-01-25 오후 2:09:27

     “정권의 주장과 판결이 다르다고 해서 ‘사법부 물갈이’ 등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좌경 세력 말살’이라는이념적 잣대로 국가 기구 전체를 재편하자는 것으로 군사독재에서나 통할 파시즘적 주장에 다름 아니다. 과학과 진실에 대한 탄압이며 민주주의를 압살하겠다는 파시즘의 도래가 우려스럽다.”

지난 20일 문화방송(MBC) ‘광우병’ 편 제작진이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 등의 명예 훼손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사법부에 대한 비난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를 놓고 시민·사회단체, 학계는 “파시즘 도래의 징후”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 교수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언론노조 등은 25일 서울중앙검찰청과 서울중앙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가의 시각에서 무죄 판결의 근거를 분석하고 사법부 공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판결, 한국에도 ‘과학’을 이해하는 판사가 있구나”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지난해 헌법재판소 판결이나 민사 판결 등을 보고 사법부에 많은 실망을 하면서 ‘과학적, 전문적 내용이라 판사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판결을 보면서 처음으로 한국 판사 중에도 자연과학을 성실하게 이해하는 판사가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판사는 사건의 각 항목에서 모든 자료를 판단해 광우병의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언론 매체는 타당하지 않고 정립되지 않은 근거로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너무나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광우병은 지극히 전문적인 사안이라 전문가 중에서도 소수만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전문적인 내용은 전문가에게 물어달라.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고 꼬투리잡기로 나가며 판사에게도 색깔 논쟁과 혼란을 일으키는 이들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죄 판결과 담당 재판부 공격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 ⓒ언론노보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보도의 과학적 근거를 조목조목 짚었다. 박상표 국장은 “다우너는 광우병의 주요 임상 증상 중 하나이며 다우너 소를 광우병 위험소로 간주하는 것이 국제적 입장이라는 것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과 보수 언론 등이 정지민 씨의 주장을 내세워 ‘a varient of CJD’가 ‘인간광우병’인 ‘vCJD’가 아닌 ‘CJD의 한 유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미연방 관보나 미국 질병센터 공문서, 광우병을 다룬 학술 논문에도 ‘vCJD’와 같이 쓰이고 있다”며 “과학적 사안에 대한 내용을 전공하는 과학자에게 묻지 않고 일반 번역가의 말을 바탕으로 판결을 문제삼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조·중·동 등이 근거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MM형 유전자의 광우병 취약성’을 두고도 “MM형 유전자와 인간광우병의 상관 관계는 국제 학계의 상식”이라며 “MM 유전자형과 광우병의 취약성에 대한 학술 논문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 눈, 두개골, 척수, 척주, 편도, 회장원외부를 포함한 창자 등 7가지 부위는 연령에 관계없이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지정하는 것이 올바른 과학적 입장”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과학적 기준이 약한 미국, 캐나다, 국제수역사무국(OIE)보다 엄격한 일본과 유럽연합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국장은 “정부는 사법부에 근거없는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2008년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일본, 대만 등 주변국과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우리보다 나을 경우 재협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지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재협상에 따라 분쇄육 등 SRM의 전면 수입 중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조·중·동 존재 자체 흔들려…파시즘 행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조선일보> 등 거대 보수 언론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조·중·동은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미국 쇠고기 수입 조건 변경을 할 때부터 우리 사회를 배신해왔다”면서 “이들 신문은 무지몽매한 국민들이 특정 세력에게 사주되거나 특정 프로그램의 선동에 놀아난 것으로 보도해 왔으나 이것이 잘못임이 사법부에 의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조·중·동이 억지 주장을 거듭하는 것은 이번 판결로 ‘촛불 집회’를 ‘국가적 위기 사태’로 매도해온 자신들의 존재 자체, 정당성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라며 “판결이 자신의 주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인 신상을 공개하고 재판부 물갈이를 주장하는 것은 테러 집단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 사건은 전 세계 언론학 강의에서 언론 탄압의 기록으로 사용될 것이고 검찰은 명예 훼손 처벌을 악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한 권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족벌 신문과 관변 단체가 노인을 동원에 법원장에게 계란을 투척하고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휘발유로 위협하는 등 테러 행위를 일삼는 것은 그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기자회견문 전문] “사법 말살과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중단하라”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