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일반인 병의원 개설 허용 안된다”
의료 질 하락, 비효율성 증대…고용창출 효과도 허구 “득보다 실 많다”
2010년 01월 26일 (화) 16:18:17 이석영 기자 lsy@kma.org
지식경제부가 추진 중인 일반인의 보건의료기관 개설 방안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보고서가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에서 발표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26일 ‘외국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자격사 제도 연구와 정책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일반 자연인이 의사·약사 등 전문직 영역에 자유롭게 진입할 경우 ▲의료의 질적 수준 및 만족도 하락 ▲의사의 독립성 훼손 ▲일차진료제도 붕괴 ▲의료의 비효율성 증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전문자격사제도를 개방하는 것은 영리의료기관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영리의료기관은 최소한의 비용투자와 최대한의 이익 창출이라는 경제논리가 가장 우선시되므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꼽았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미국인의 평균연령이 모든 병원을 공공시설로 지정하고 있는 캐나다 보다 2.5년 낮고 유아·영아 사망률도 높다는 사실을 통해 영리의료기관의 의료의 질이 비영리의료기관 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경부 등 경제부처가 주장하는 ‘고용창출 효과’도 허구라고 못박았다. 김 원장은 “경제위기 이후 의료분야도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정규직을 임시직·일용직으로 대체하는 등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영리의료기관이 고용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병원노조의 비정규직은 1997년 4.3%에서 2001년 15.6%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자연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은 의사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의사는 판단의 자유와 행동에 제한받아서는 안된다”며 “그러나 급여를 받는 피고용인 신분의 의사는 의료활동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전문의 중심인 우리나라 1차 의료시스템에 일반인이 클리닉을 개설할 경우, 이익환수가 가능한 서비스에 치중함으로써 일차진료제도의 붕괴가 가속화 될 것이며,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의사에게 있는지 사업주에게 있는지 불분명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리의료기관의 허용은 보다 높은 의료수가를 발생시켜 저소득층의 접근성과 서비스 만족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면허가 없는 일반인의 병의원 설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의원설립은 불허하고 병원설립은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병원개설면허제도’를 둠으로써 현실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각 나라마다 의료의 고유한 특성상 의료를 영리를 위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애인의 권익을 보호하려 한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전문자격사 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때 이같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