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광우병보도 무죄’…의사협, 뒤늦은 이의제기 왜?
‘피디수첩 광우병보도 무죄’ 판결땐 침묵하더니…
한달만에 “의료계 판단과 큰 차이” 우려 표명
전문가들 “사실왜곡…회원의견 들었는지 의심”
김양중 기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의 판단과 큰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우병 분야 전문가들은 의협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을 왜곡했으며, 의협 내부의 검증을 충분히 거쳤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18일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 판결 관련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재판부의 판결 내용 가운데 일부 사항이 의료계의 판단과 현저한 차이를 보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먼저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피디수첩 쪽이 의료진의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하지 않고 의료진에게 소송을 제기한 가족들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부검을 통해 인간 광우병이 아닌 급성 베르니케뇌병증으로 확인됐음에도 재판부는 피디수첩의 보도 태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사람이 특히 인간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피디수첩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재판부가 인간 광우병의 발병에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인정되고 있음을 인용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피디수첩이 방송된 날은 2008년 4월29일이고 아레사 빈슨의 소송은 한 달 뒤인 5월27일이어서 피디수첩이 취재한 시점은 소송이 제기되기도 전”이라며 “게다가 피디수첩 쪽은 환자의 유족은 물론 주치의도 취재했는데도 의협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협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해 의사 쪽의 입장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은 기본적인 의료 윤리를 무시한 지적”이라며 “국내는 물론 미국 의사도 환자의 진료 정보를 법정이 아닌 다른 곳에 함부로 말하는 것은 의사의 기본 윤리와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인간 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피디수첩 보도 내용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는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 의대 연구 등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것”이라며 “의협이 회원 가운데 광우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