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원 의견수렴 없이 “PD수첩 판결 수긍 못해”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ㆍ‘뒤늦은 반박’ 논란
대한의사협회가 MBC 〈PD수첩〉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은 18일 성명을 내고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PD수첩〉사건 1심 선고 공판의 판결에 담긴 내용 중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MM형 유전자’ 보도 부분에 대한 재판부 견해가 의료계의 판단과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아레사 빈슨 사망원인은 시체 부검을 통해 급성베르니케뇌병증으로 최종 확인되었는데도 재판부는 〈PD수첩〉이 ‘인간광우병(vCJD)에 걸려 사망하였다’는 보도행태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간 광우병의 위험인자(프리온단백 유전자 코돈 129 MM동형접합) 연구 결과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의 경우 백인과 달리 프리온질환에 저항하는 유전인자(코돈 219의 EK동형접합) 발현율이 10% 가까워 유전·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데도 재판부가 인용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말했다. 이어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할지라도 근육, 쇠고기를 섭취하더라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면서 “재판부의 판단은 의학적으로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사협회의 주장은 사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우선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은 방송 이후 정확한 판정이 나왔고, 〈PD수첩〉은 추후 이 같은 사실을 방송을 통해 알렸다. ‘MM형 유전자’와 관련해서도 제작진이 그렇게 믿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을 뿐, 일부 과장 등이 전혀 없다고 판결하지 않았다.
과학적인 사실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많다. 미쇠고기 수입협상 당시 논란의 핵심이었던 ‘다우너 소’와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 부분에 대한 해석은 빼놓은 데다 동아시아인의 ‘프리온저항설’은 일본인 학자 한 명이 주장하는 소수설이라는 것이다.
의협의 이날 성명은 회원들의 의견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과학적 사실도 틀리는 주장이 전체 의사의 뜻을 대변하는 것처럼 나갔다”면서 “10만 의사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성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