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 쏠린 틈타 MBC 장악 나서”
MBC 조합원, 15년 만에 ‘사장 퇴진’ 총파업 결의대회
2010년 04월 05일 (월) 12:54:52 최훈길 기자 ( chamnamu@mediatoday.co.kr)
“(김재철 사장은)천안함 침몰로 모든 국민들의 눈과 귀가 TV 앞에 모여든 시점을 노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통곡하든 말든, 회사야 쑥대밭이 되든 말든, 청와대가 그토록 바라던 직할통치의 토대를 완성한 것이다.…피를 한껏 머금은 칼은 PD수첩과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재물 삼아 마침내 우리 뉴스와 프로그램 그리고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는 MBC의 모든 양심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 MBC를 청와대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키기 위한 미친 칼춤에 맞서 우리는 깃발을 든다.”(총파업 결의문)
5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민주의 터’. “말 잘 듣는 청소부 김재철을 몰아내자”, “청와대 직할통치 온몸으로 거부한다”는 300여 명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MBC 노조가 지난 1996년 이후 15년 만에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나선 것이다.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은 이날 “(저들이)우리를 죽이겠다는 긴장을 느낀다. 깔아뭉개고 MBC를 자신 수중에 넣는 계산을 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며 “저들에게 지면 집행부와 노동조합이 죽는 것이다. 이겨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MBC를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말 잘 듣는 청소부 김재철을 몰아내자”
▲ 5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로비에서 열린 MBC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MBC 이근행 노조 위원장은 임기 1년 2개월 동안 파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림으로써 마지막 남은 투쟁수단인 총파업을 결의할 수 밖에 없음을 힘겹게 밝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근행 본부장은 향후 “회사의 회유, 협박이 진행될 것이다. (지금 조합원 중에는) 확실한 생각이 안 들 수도 있다”면서 “동료들이 죽으면 저들의 실체가 느껴질 것이다. 저들은 그냥 가지 않고 우리를 밟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992년·1996년 사장 퇴진 투쟁을 언급하며 “그 당시 파업 주체는 10년 차 이하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배가 있다”며 “앞서서 싸워 나가면 된다”고 밝혀 투쟁 ‘선봉대’로서 나설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조합원들은 이근행 본부장 등 집행부에 대한 박수 갈채를 보내며 결의대회 열기를 달궜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이근행 위원장은 수면제를 먹고 자고 있다”며 “이근행 위원장을 위해서 박수 힘차게 해달라”고 했고, 조합원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이에 연 국장은 “지금 여기서 물러나면 (회사는)월드컵 때 노조를 박살내고 PD수첩을 없애버릴 것”이라며 ” 한번 몸을 숨기면 두 번 숨게 되고 영원히 몸을 숨길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각 부문별 부위원장들도 조합원들에게 ‘MBC 가치’를 지키며 정권과 정면 승부할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황성철 수석 부위원장은 최근 임명된 황희만 부사장을 두고 “청와대에서 MBC를 장악하기 위해, MBC 뉴스를 죽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다치게 하기 위해 보낸 낙하산”이라며 “죽느냐 사느냐다. 이제 밀리면 끝장이다. 현 정권 모든 실세들이 MBC를 흔들기 위해서 장악하기 위해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현 정권 실세들, MBC 장악 나섰다”
▲ 5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로비에서 열린 MBC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점용 영상미술 부문 부위원장은 “조인트를 한번 까이면 조인트 공포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아마 김재철은 앞으로도 조인트 안 까이기 위해 황희만 사건처럼 계속 MBC 구성원을 짓밟을 것”이라며 “MBC 망가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싸움에 들어간 이상 김재철을 반드시 몰아내고 MBC 가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정상 경영부문 부위원장도 “청와대가 임명한 사장이라서 그런지 김재철과 MB 닮았다”면서 “김재철과 MB는 소통부재라는 것 앓고 있다. (김재철은)MB가 하는 일방 통행을 MBC 구성원에게 하고 있다”며 꼬집기도 했다.
천안함 사태 등 민감한 시기이지만, MBC 구성원들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결의도 나왔다. “말 잘 듣는 청소부, 총파업으로 쓸어내자”고 포문을 연 나준영 보도부문 부위원장은 “군부 독재 상황에서 MBC 노조가 선택한 길은 외부 상황을 뚫고 나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지금은 외부 상황을 보는 기술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보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정수 편성제작 부문 부위원장은 “예능 PD도 왜 파업 할 수밖에 없는가. 지금 뺏기면 더 뺏기게 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믿고 따르면 여러분에게 단비가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고, 정희찬 기술부문 부위원장도 “(미디어법 총파업 등 잇따른 파업에 지금은 조합원)1~2년 차가 파업 지도부를 해도 잘할 정도”라며 “이것이 MBC 노동조합의 힘이자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1시간 여 결의대회는 한준호 아나운서의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다음은 이날 결의문 전문이다.
▲ 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로비에서 열린 MBC총파업 출정식은 천안함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한 추모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장악 진상규명과 김재철 퇴진을 위한 총파업에 나서는 우리의 결의
오늘 우리는 파업의 깃발을 든다. 오늘의 이 깃발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이자 이 야만적 암흑의 시대에 언론자유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은 공영방송 MBC를 정권의 간악한 손아귀로부터 지키는 희망의 깃발이요, 청와대의 충성스러운 망나니 김재철의 미친 칼춤에 맞서는 분노의 깃발이다.
결국 김재철은 청와대와 김우룡이 MBC뉴스 장악을 위해 낙점했던 ‘보도총독’ 황희만을 보도와 제작 총괄 부사장에 임명함으로써 우리의 선의와 회사를 위한 충정 그리고 인내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자신의 정체가 ‘MBC내 좌빨을 척결하기 위해 임명된 이명박 정권의 말 잘 듣는 청소부’이상 이하도 아님을 뻔뻔히 자인하며 김재철-황희만-전영배로 이어지는 ‘청와대 직할통치’의 비수를 우리 목전에 들이댄 것이다.
청와대 직할 통치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김재철의 파렴치한 사기 행각은 그가 얼마나 야비하고 무모한 인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권과 방문진에 맞서 MBC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낯 두꺼운 립 서비스를 동원하고 “30년 선배의 말을 믿느냐, 김우룡의 말을 믿느냐. 나는 결백하다. 김우룡을 고소하겠다”며 거창한 대국민 사기극으로 순간 순간 위기를 넘기는 기만적 작태를 반복했다.
또한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조직을 장악한 뒤 김우룡 고소 약속 파기와 일방적 광역화 선언 등 브레이크 없는 질주로 우리의 인내심을 희롱하더니, 마침내 천안함 침몰로 모든 국민들의 눈과 귀가 TV앞에 모여든 시점을 노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통곡하든 말든, 회사야 쑥대밭이 되든 말든, 청와대가 그토록 바라던 직할통치의 토대를 완성한 것이다.
우리는 정권의 추임새에 온 몸을 맡긴 망나니 김재철의 살기등등한 칼날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안다. ‘공정방송’이라는 우리의 영혼이 깃든 노동조합을 무참히 유린하고, 그 피를 한껏 머금은 칼은
MBC를 청와대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키기 위한 미친 칼춤에 맞서 우리는 깃발을 든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할 공영방송 MBC와 이 땅의 언론자유를 위한 희망의 깃발을 들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MBC 장악을 위한 정권의 용병, 사기꾼 김재철은 즉각 퇴진하라
하나,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와 방문진, 김재철로 이어지는 MBC 장악 과정의 전모를 낱낱이 실토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정치권은 당장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당장 나서라.
2010년 4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