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범삼성가·채권단 ‘돈방석’…보험 계약자몫은 ‘0원’

범삼성가·채권단 ‘돈방석’…보험 계약자몫은 ‘0원’
한겨레         김수헌 기자기자블로그
        
공모 청약이 성공적으로 끝나 삼성생 명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상장에 따른 혜택을 둘러싸고 주주·채권단·직원·계약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20.76%의 지분을 보유해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주식 수는 4151만9180주로, 주식평가액은 공모가를 기준으로 4조5671억980만원에 이른다. 이 회장이 과거 상속이 나 무상증자, 전·현직 삼성생명 임직원 지분의 헐값 매입 등을 통해 손쉽게 삼성생명의 지분을 늘려온 것을 고려하 면 주식평가액 거의 대부분이 상장 차익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회장은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도 상장으로 깔끔하게 해결하게 된다.

‘범삼성가’로 분류되 는 신세계와 씨제이(CJ)제일제당은 각각 기존 주식 500만주를 공모 과정에서 매각해 5500억원씩을 손에 쥐게 된다. 신세계와 씨제이제일제당은 주당 장부가액을 취득가와 같은 196원과 81원으로 책정해 놓았는데, 이를 주당 11만원에 팔았으니 엄청난 대박을 친 셈이다. 1999년 우리사주를 받은 삼성생명 직원들도 상장 뒤 주가가 공모가 수준만 유지해도 220배의 차익을 얻게 된다. 당시 삼성생명은 우리사주 조합원 7000여명에게 한 사람당 평균 1800주를 액면가(주당 500원)에 배정했다. 그대로 갖고 있다면 평균 90만원을 투자해 2억원 가까이 회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차 채권은행들도 공모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해 11년 만에 대출 원금을 돌려받는다. 연체이자는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회계상으로 대출금액의 절반 이상을 이미 감액처리한 상태여서, 원금 회수만으로도 올 2분기에 은행별로 108억9390만원에서 2293억9690억원까지 처분이익을 얻게 된다.

반면 그동안 삼성생명의 성장에 기여한 보험 계약자에게 직접 돌아오는 몫은 없다. 2007년에 생보사상장자문위원회가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나눠줄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보사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가 지난 2월 삼성생명 계약자 2802명을 모아 미지급 배당금 반환 소송을 낸 바 있다. 이와 함께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 방식으로만 공모가 이뤄졌기 때문에, 상장 주체인 삼성생명의 재무건전성 개선이 나 신성장동력을 위한 자금 확보 등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기사등록 : 2010-05-04 오후 09: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