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공공부채발 글로벌 금융위기 목전”
“그리스뿐 아니라 미국도 2~3년내 중대 위기 가능성”
기사입력 2010-05-07 오전 10:51:26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1만선이 붕괴되고 그 여파로 7일 국내 코스피 지수도 1700선 붕괴에 이어 1600선마저 위협받는 등 연일 패닉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런 반응을 ‘뒤늦은 호들갑’으로 일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히려 유럽의 재정위기는 서서히 닥쳐오는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고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주목할 만하다.
선진국들, 부도 아니면 하이 인플레이션 위기
특히 금융위기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발생하는지 누구보다 정확한 예측을 해온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최근 ‘US faces inflation or default’라는 칼럼을 통해 향후 2~3년내에 유럽 뿐 아니라 미국도 중대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1만 선이 붕괴됐다. ⓒEPA=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른바 ‘케인스학파’의 일관된 논리다. 하지만 그 결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100%가 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과 국제통화기금(IMF) 모두 선진산업국들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평균 100%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공공부채발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공공부채 거품 붕괴를 막으려면 세금을 인상하고 재정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도가 나거나 ‘하이 인플레이션’으로 귀착된다.
미국, 영국, 일본처럼 끊임없이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자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에서는 부도 위기가 아니라 공공부채의 실질 가치가 줄어드는 ‘하이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루비니 교수의 경고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루비니 “앞으로의 문제는 공공 부문의 부채”
요즘 금융시장은 그리스 사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그리스 사태는 전세계적인 재정위기 속에 빙산의 일각, ‘광산 속의 카나리아’일 뿐이다. 오늘은 그리스, 내일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아이슬란드가 위기를 겪을 것이다. 조만간 일본과 미국도 사태의 중심에 서서 글로벌 경제를 흔들 것이다.
우리는 다음 단계의 금융위기에 와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민간부문의 부채가 아니라 공공 부문의 부채다. 경제성장 회복만으로는 공공부채 위기를 해소할 정도로 충분한 세수가 창출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재정적자는 막대하고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재정적자는 경기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침체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연금, 건강보험 등 장기적인 사회보장으로 누적된다.
미국, 돈 찍어내기로 부도 막기에 급급
부도나 하이 인플레이션을 피하려면 선진국은 세금과 정부 지출 삭감으로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 유럽은 이미 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금 인상보다 지출 삭감이 요구된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GDP 대비 조세부담이 훨씬 적기 때문에 정부 지출 증가를 통제하면서 점진적으로 세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문제는 미국의 정치 기능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 스스로 예상한 ‘향후 10년간 10조 달러’의 재정적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 누구나 동의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완전히 분열돼 있다. 공화당은 어떤 형태로든 세수 증가 정책에 반대한다. 민주당은 지출 삭감, 특히 사회보장비 삭감에 반대하고 있다. 차기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해 어떠한 세수 증가도 거부하고, 민주당은 지출 삭감을 거부하게 되면 재정적자 확대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미국 연준(Fed)는 이런 방식의 해결책에 동원되고 있다. Fed는 지난 한 해에만 1.8조 달러에 달하는 국채 등 공공부채를 매입했다. 이런 행위는 문자 그대로 돈을 찍어내는 것으로, 결국 하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2년짜리 국채 금리가 12%가 넘어가는 그리스를 비롯해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 채권시장은 이들 나라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부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아직 채권시장이 다가올 위험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단기 국채는 제로 금리, 장기 국채도 3.6%로 발행해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재정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향후 2~3년내에 뭔가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
/이승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