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촛불 2년’기사 피해자들, 조선일보사에 모이다
[스케치]‘국민들 반성하라’?…반성의 결과, 똑똑히 보여주겠다
2010년 05월 14일 (금) 17:33:33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조선일보> 측에서 제 인터뷰를 난도질했습니다. 소울드레서라는 카페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운영자도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기자분은 이 말을 한 쪽 귀로 흘리셨는지 저를 매장시키셨더군요. 기사를 보다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이게 왜곡이고 언론의 실상인가보다 했습니다. 사실을 전하는 언론이라면 진실성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진실성은 없고 허구로 가득 채워진 <조선일보>기사. 대중매체로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조선일보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기획기사에 인터뷰했다 피해당한 1인의 반박 이메일 중>
14일 오후2시 조선일보사 건물 앞에는 <조선일보>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기사에 항의하기 위해 사람들 한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터뷰 내용을 왜곡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과연 <조선일보>에 어떤 피해를 당했던 것인가. 그렇게 조선일보사 앞에서는 ‘조선일보 왜곡보도 규탄 및 반성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5월 14일 오후2시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의 촛불2년 기획보도에 대한 ‘조선일보 왜곡보도 규탄 및 반성 촉구’ 기자회견이 열였다ⓒ권순택
“인터뷰 거부한 건데 회피한 것처럼 나왔다”
“<조선일보> 기자의 인터뷰를 거부한 것인데 회피한 것처럼 나왔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똥이 더러워서 피한 건데 무서워서 피한 것처럼 당했다”
▲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권순택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자신의 소개를 이렇게 시작했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조선일보>는 유전자와 인간광우병 상관관계 주장에 대해서 괴담이라고 표현했다”면서 “그에 대한 진실을 말씀드리면 그것이 괴담이라면 그 괴담의 진원지는 바로 정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는 2005년 용역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국내 대상 유전자 코드를 분석한 결과 94%의 사람들이 MM형을 나타냈다고 하면서 ‘이런 유전자 유형은 인간광우병 전염에서 취약하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선일보>는 촛불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괴담유포자로 공격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선일보>가 ‘후추알 한 알 크기인 0.001그램만으로도 인간광우병에 전염될 수 있다’는 주장도 괴담으로 몰았다”면서 “그러나 이 주장은 유럽과학전문가위원회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담이라고 몰아가는 데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조선일보>를 KBS <개그콘서트> ‘나를 술푸게 만드는 세상’의 유행어에 빗대어 “쓰레기 같은 신문이 1등만 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일갈했다.
“<조선일보> 12일자에 나온 표를 보면 ‘미국에선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고 나와 있는데, 미국은 유럽과 달리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입니다”
이 같이 말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촛불2년이 됐는데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모르는 <조선일보>가 광우병에 대해 지식인들이 잘못 이야기하고 있다며 반성하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우희종 교수도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그나마 지금처럼 된 것도 촛불이 없었으면 될 수 없었다’는 것이 요지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우석균 실장은 “말하자면 <조선일보>는 언론매체로서 기본인 사실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에 맞게 지식인들의 발언을 ‘짜깁기’, ‘과장’해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처음 30개월 이상 쇠고기 전체를 수입하는 것으로 협상을 했었지만 촛불의 요구에 못 이겨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도록 했고, SRM 위험물질 부위 중 가장 위험했다고 생각하는 ‘곱창’도 수입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한 뒤, “촛불운동을 반성하라는 요구는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둑놈이 거꾸로 몽둥이를 드는 격이다. 심판받아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라고 덧붙였다.
“내 인터뷰는 실리지 않았다”…‘왜?’
▲ 유모차부대 ‘은석형맘’ⓒ권순택
촛불 유모차 부대 ‘은석형맘’은 <조선일보>와 관련 인터뷰를 했지만 정작 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인터뷰는 왜 실리지 않았을까? ‘은석형맘’은 “<조선일보>가 인터뷰를 요청해서 두차례 진행했다”면서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해당 기자에게 ‘이 통화내역은 다 녹음이 돼 있으니 아 다르고 어 다르게 기사가 나가면 고발하겠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 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5월 11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렸던 유모차 부대 한 모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조선일보>기사에 따르면 한 씨는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말들이 과학적 사실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자녀를 데리고 촛불시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은석형맘’이 전한 한 씨 발언의 실체는 달랐다. “실제 한 씨는 (인터넷에 떠돌던 말들 중) 일부 잘못된 정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부가 틀리지는 않을 것이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 씨는 “현장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다시 데리고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기사 작성에 있어 필요한 부분을 가져다 쓴 수준이 아니라 아예 말을 바꿔버렸다는 것을 나타낸다.
조선일보는 반성할 기회를 줘도 안된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오늘 <조선일보>에게 반성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는데 저는 반성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이제 와서 반성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피해와 상처가 있다. 이제와서 <조선일보>에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관대한 처분”이라면서 “계속해서 ‘언론’, ‘민주주의’, ‘한국사회’의 적으로 남도록 해서 공론의 장을 통해 완전히 추방되는 것만이 <조선일보>의 운영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더러 반성하라고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개탄스럽다”면서 “그러나 그 말은 열지 말아야 하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이런 정부와 함께 사는 것에 깊은 반성을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일보>가 판을 만들어준 이 기회에 국민들의 반성의 결과가 무엇인지 6.2지방선거에서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공동대표 역시 “조선일보는 이제 숨 쉬는 것조차 중단시켜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행하려던 퍼포먼스를 무산시켰다. ⓒ 권순택
박우정 민언련 이사장은 “<조선일보> 왜곡보도 피해자들이 나와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오늘 기자회견이 또다시 <조선일보>에서는 어떻게 보도될지 궁금하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보도된다면 특정 운동단체가 사주해서 증언자들을 나오게 했다고 보도될 가능성이 많은데, 아마도 보도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권력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권력의 아픈 데를 어루만져준다. 또 권력의 치부를 알아서 잘 덮어주고 권력이 말문 막힌 것에 대해서는 그럴 듯한 논리를 세워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조선일보>를 칭찬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는 “진실은 항상 강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네티즌들이 준비한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경찰 측에서 촛불형상의 인형을 든 시민을 막고 들여보내지 않아 진행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이희완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많은 기자회견을 했었지만 퍼포먼스까지 못하게 막는 것은 처음”이라며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