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헬스, 국민건강 볼모로 돈벌이사업”
인의협 “잘못된 처방·대형병원 쏠림현상 심화 등 부작용” 우려
2010-05-17 오후 12:03:12 게재
원격진료 등 유헬스 산업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돈벌이를 하려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최근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유헬스(U-health) 신산업 창출전략’은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고 국민들의 의료비용만 상승시킬 뿐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경부의 유헬스 시범사업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유메디칼’과 노인 대상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실버’,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웰니스’를 내용으로 한다. 올 10월부터 SKT 등 IT 대기업과 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과 개인병원들이 참여해 3년 동안 521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인의협에 따르면 유헬스는 의료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현재 원격진료는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상태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보고 진료하지 않고 화상을 통한 질문만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진단이나 처방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 유헬스는 기존 의료행위를 보완하는 역할에 한정돼야 한다.
그러나 지경부의 유헬스사업은 이를 넘어서고 있다는 게 인의협의 주장이다. 국민 건강이란 점에서 의료를 보지 않고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헬스 사업에 포함된 예방서비스와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국민의료비를 최대 3조5000억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IT기업들이 판매하는 각종 단말기, 회선 사용료, 원격진료 진료비, 건강관리서비스 이용료, 관련 민간보험 등 국민들이 부담할 비용이 곳곳에 널려 있다. 유헬스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IT 대기업과 대형병원 보험회사에 돈을 몰아주는 꼴이다. 유헬스는 정부의 예측과 달리 국민의료비 폭등을 가중시킬 것이다.
정부는 유헬스 사업에 개인병원의 참여가 많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격진료를 포함한 유헬스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곳은 대형병원들이다.
유헬스 사업은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유헬스 사업 내용으로 잡힌 만성질환관리와 건강관리는 1차 의료기관의 강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국민건강이나 비용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대형병원의 역할은 고난이도 질환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어야 한다.
정부가 또 현 의료법이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점을 비켜가기 위해 ‘산업융합촉진법’이라는 편법을 들고 나온 것도 국민과 의료계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취약지역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향상한다는 명분으로 원격진료 허용을 포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진료 허용범위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지경부는 원격진료의 성과를 평가해 점진적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인의협은 주장했다.
유헬스 사업의 하나인 건강관리서비스의 경우 이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있는 국민들만 수혜대상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 건강관리서비스는 보험회사나 서비스회사 피트니스센터 등이 제공하는 고가의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국민건강보험법은 예방서비스를 비급여로 하고 있다. 의료인의 건강교육과 상담 전화상담 등의 서비스가 보험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넓혀 건강관리서비스가 급여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의협은 “유헬스 사업은 IT 대기업과 대형병원, 민영보험사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며 국민의료비 폭등, 일차의료 붕괴를 초래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며 “유헬스 사업을 중단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주치의제도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