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닷컴 “4대강 반대” 스님 소신공양 ‘충격’

“4대강 반대” 스님 소신공양 ‘충격’
<불교닷컴> 유서 단독 확보…군위 삼성병원에 법구 안치

2010년 05월 31일 (월) 17:37:51        
이혜조 기자 reporter@bulkyo21.com         

                  
스님이 4대강을 반대하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나무라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해 충격을 주고 있다.

31일 경찰과 불교계에 따르면 은해사 말사 지보사에 주석 중인 문수 스님이 4대강 개발에 반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했다. 스님은 31일 오후2시께 경북 군위읍 사진리 위천잠수교 앞 제방에서 소신공양했다. 스님의 법구는 군위군 서부리 삼성병원에 안치됐다.

<불교닷컴>이 단독 확보한 유서에서 문수 스님은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며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썼다.
 
                 
▲ 지보사에 주석 중인 문수 스님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즉각 중단을 요청하는 유서를 남기고 31일 오후2시 50분께 소신공양했다. ⓒ2010 불교닷컴


            
▲ 문수 스님이 31일 소신공양 직전에 작성한 유서의 두번째 장. ⓒ2010 불교닷컴

문수 스님은 유서 말미에 자신의 법명을 한자로 “文殊”라고 적었다. 두 장으로 나눠쓴 유서에서 스님은 도반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문수 스님은 시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86년 사미계를, 1990년 구족계를 각각 수지했다. 월정사가 출가본사인 스님은 중앙승가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했으며 제방 선원에서 용맹정진한 수좌스님이다.

한편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스님의 걸망에서 또 다른 유서를 발견,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소신공양 현장인 제방 옆에 자신의 유품을 가지런히 쌓아뒀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법구 발견 당시 스님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은 스님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서 부검키로 하자 중앙승가대 동문 등을 중심으로 부검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다. 불교환경연대도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은 6월 1일 종무회의를 통해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 4대강 반대 소신공양 스님 유서 전문

유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채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文殊

oo스님, oo스님
죄송합니다. 후일을 기약
합시다.
文殊(윤 00)

  
[기사입력시간 : 2010-05-31 17:37:51]  
[최종수정시간 : 2010-05-31 21:06:38]

“내가 소신해야 4대강 해결될 것이다”
도반이 전하는 문수 스님 소신공양…3년 면벽하다 30일 해제

2010년 05월 31일 (월) 21:44:36        
이혜조 기자 reporter@bulkyo21.com         

수좌 문수 스님은 오랫동안 고심하다 소신공양을 결행했다고 도반들이 밝혔다.

1998년 사태 때 정화개혁회의에서 함께 활동했던 도반인 관행 스님은 “충격적이지만 스님의 유지를 이어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신공양의 전모를 <불교닷컴>에 털어놨다.

문수 스님은 지난 3년동안 지보사에서 문밖을 나서지 않는 이른바 무문관식의 용맹정진을 해왔다.

스님은 지난 30일 3년만에 방문을 열고 나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에 대해 신랄하게 성토했다고 한다. 당시 스님은 “내가 소신해야 4대강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말을 도반들에게 했다고 관행 스님은 말했다.

스님은 방에서 신문 등을 통해 바깥 소식을 접했다고 관행 스님은 밝혔다.

문수 스님은 다음날인 31일 오전7시30분께 사찰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한 통을 사온 뒤 그길로 사찰을 나왔다. 경찰은 “군위읍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2만5천원 어치를 사가지고 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오 후 2시30분께 주민 이모씨가 제방에 불이 났다며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서 직원과 경찰이 발견한 것은 거의 뼈만 남다시피한 스님의 법구였다. 경찰은 스님의 법구를 수습해 인근 삼성병원에 안치했다.

스님이 소신한 자리에는 남아 있는 재등을 미뤄 마른 갈대 등으로 미리 소신할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스님의 법구 옆에 가지런히 정도돼 있던 스님의 유품등으로 스님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스님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법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승가대 17기 도반 등을 중심으로 법구의 부검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의 한 도반은 “소신공양이 확실한 데 갑자기 국과수에 법구를 옮겨 부검하겠다는 것은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며 “날이 밝는대로 총무원과 스님의 부검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스님은 “전날 4대강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오전에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샀으며, 법구 주변에서 스님의 정돈된 유품을 발견했음에도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혹시 6.2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사건을 조용히 덮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 6월 1일 종무회의를 열어 스님의 입적을 애도하는 논평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한강선원을 개원하는 등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수경 스님 주축의 ’4대강 생멸살림 불교연대’는 31일 오후7시부터 조계사 옆 마당에서 진행한 문화공연 도중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을 참가자들에게 알렸다.

스 님의 입적을 애도하는 묵념을 한 참가자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불교연대는 오후 9시30분 현재 대책을 논의 중이다.

[기사입력시간 : 2010-05-31 21:44:36]  
[최종수정시간 : 2010-05-31 21:4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