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의사 멱살만 잡아도 징역 5년?

의사 멱살만 잡아도 징역 5년?
의료법 개정 추진에 “대통령 폭행보다 엄벌” 비판

  김소연 기자  김태형 기자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료인 단순 폭행 협박을 중형으로 가중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들이 의사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하는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환자의 권리를 무시한 의사들만을 위한 법률”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와 암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현희 민주당 의원과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4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이달 중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개정안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이를 교사 또는 방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암시민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10곳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현장에서 왜 폭행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하기보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려는 보복적인 성격이 짙다”고 비판했다.

정정훈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기자회견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나 업무방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 기존 법률로도 의료기관에서 폭행이 일어났을 때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한데 법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법 남용”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대통령의 멱살을 잡아도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데, 의사의 멱살을 잡으면 이보다 더 중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치과의사 출신인 전 의원이 의료계의 입장만을 대변해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에서 폭행이 일어나는 원인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의사들의 무성의한 설명, 반말, 면담 회피 등이 잦고, 의료사고에 대해선 ‘법대로 하라’고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현주소”라며 “폭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처벌만 앞세우는 것은 모든 책임을 환자에게 돌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 쪽은 “폭행으로 의사들이 다른 환자의 진료를 방해받는 상황은 막아야 하는데, 기존 형법 등으로는 부족해 의료법 개정안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아파트 분양가 승인과 관련해 건설업체 대표에게서 24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