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건강보험 통합·의약분업 시행 10년의 ‘명암’

‘갈길 먼 건보’ 환자부담률 아직 40% 육박
보험료 형평성 개선…보장률은 OECD 평균 못미쳐
항생제 처방 절반으로 줄었지만 약제비 절감 ‘숙제’

  김양중 기자  

  


» 2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건강보험통합 10년 의약분업 10년, 한국 의료 어디로 가야 하나’토론회에서는 건강보험 통합·의약분업 시행 10년의 의의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들이 논의됐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제공

  

건강보험 통합·의약분업 시행 10년의 ‘명암’
다음달 1일이면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0년째를 맞는다. 두 정책 모두 많은 사회적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은 보건의료 개혁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 성과로는 △건강보험 보장성(전체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 비율) 확대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제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 감소 등이 꼽힌다. 하지만 약제비 등 의료비의 폭발적인 증가와 중병에 충분히 대비해 주지 못하는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는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 건강보험 형평성·효율성 증대 건강보험 통합 이전에는 직장조합별로 보험료 부과 비율이 달랐다. 또 건강보험 조직이 지역별·직장별로 나뉘어 있어 관리·운영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는 지난 27일 열린 ‘건강보험 통합 10년, 의약분업 10년 토론회’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으로 보험재정이 통합되면서 중·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일정 부분 줄어 고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등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개선됐으며, 조직 통합으로 건강보험공단의 관리운영비가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의 ‘사업장 규모별 직장의료보험 보험료 변동 현황’을 봐도, 통합 이후에 직원 10명 미만 영세업체는 보험료가 17% 줄었다.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은 보험료 부담이 19.4% 늘었다.

■ 보장성 확대돼도 여전히 미흡 건강보험 통합 뒤 10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은 2배 이상 늘어났으며, 건강보험 보장성도 10%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통합 직후인 2001년 17조8천억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39조원을 넘어섰다. 보장성도 1990년대 말에는 50% 아래였지만, 2008년에는 62.2%까지 높아졌다. 만일 총진료비가 1천만원이라면, 건강보험이 622만원을, 환자가 그 나머지를 내면 된다는 뜻이다.

  

» 건강보험 통합 전후의 보장성 변화·의약분업 이후 최근 5년 동안 항생제 처방률 약제비 비중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보장성이 80%대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다 보니,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커졌다”며 “게다가 영리병원 허용이나 민간보험 확대 등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정부 정책 탓에 현재 보장성 수준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호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사회보험지부 정책위원은 “OECD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5.1%로 회원국 평균의 2.8%에 견줘 2배 가까이 높다”며 “현재도 중·저소득층이 중병에 걸리면 가계가 파산하는데,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의료비 지출 억제가 향후 10년의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 항생제 사용 줄었으나 의약품비 증가 의약분업을 계기로 불필요한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이 준 것은 사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의약분업 이전인 2000년 5월에는 전체 처방 가운데 항생제 비율이 54.7%였지만, 2009년에는 30.9%로 낮아졌다. 주사제 처방률도 같은 기간 34.6%에서 26.3%로 개선됐다. 하지만 약제비는 2000년대 초반 약 4조원으로 건강보험 전체 지출의 25%가량이었지만, 2009년에는 11조6천억원(29.6%)으로 가파르게 불어났다. 2009년 기준 국내 약제비 비중은 OECD 평균(17.6%)의 1.7배가량이다. 홍춘택 보건의료단체연합 의약분업 평가위원은 “약제비 절감, 리베이트 척결 등 의약품 유통 개혁이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