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약값 인하정책’ 포기하나
`의약품 목록정비’ 수정안 내
전문가 “예외조항 너무 많아”
»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약품비 비중
정부가 현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 가운데 효과에 견줘 약값이 지나치게 높은 약을 퇴출시키기 위한 ‘의약품 목록 정비사업’의 방향을 전면 수정하는 안을 제시해, 보건의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05년 발표한 ‘의약품 적정화 방안’에 포함된 것으로, 우리나라 약값 비중이 주요 국가들에 견줘 지나치게 높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그동안 고지혈증약에 대한 시범평가를 거쳐 현재 고혈압약의 목록 정비작업이 진행 중이다.
19일 복지부와 보건의료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복지부는 지난 16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원회(건정심위)에서 의약품 목록 정비사업의 방식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애초엔 약값이 효과에 견줘 지나치게 높은 약을 건강보험 적용 품목에서 제외시키려 했으나, 같은 성분의 약 가운데 가장 비싼 약의 80%로 일괄 인하하는 쪽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김상희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그동안 고지혈증 및 고혈압약에 대해 목록 정비사업을 하면서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에 대해 의약계가 동의하지 않는 등 갈등이 많았다”며 “세계적으로도 이런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고 국내에서도 이런 평가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없어, 간략한 가격 평가를 통해 보험 약값을 인하하겠다는 뜻으로 제시한 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새 방안에 여러 ‘예외조항’들을 만들어 놓아, 사실상 정비사업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복지부가 새로 내놓은 안을 보면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특허 의약품이나, 복제 의약품이 나오면서 약값이 이미 20% 내린 특허 약품약 등은 가격 인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고혈압약의 경우 약값이 매우 비싼 한 효능군(같은 작용을 하는 약물)은 고혈압 전체 약품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효능군 가운데 1개를 뺀 나머지 약품은 특허가 끝나지 않아 약값이 전혀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식으로 효과에 비해 약값이 지나치게 높은 특허 만료 전 의약품 등을 제외시키면 약값 인하 폭은 1~2%도 되지 않아 사실상 약값 적정화 방안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도 이날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지부의 수정안은 제약회사 등의 압력에 밀려 약값 인하 정책을 포기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2005년 약값 적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건강보험 지출 가운데 약값의 비중을 올해까지 24%로 낮추기로 했지만 오히려 30%에 육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의 수정안은 20일 오전 열리는 건정심위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기사등록 : 2010-07-19 오후 09: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