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환자 어린이병원에 입원”…병원 상업화 만연
의료민영화 반대 토론회, 총액계약제·DRG 등 규제기전 절실
김정주 기자 (jj0831@dreamdrug.com) 2010-09-04 18:14:49 | 블로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어린이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하고 병상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증가시키려고 배액관을 단 환자를 퇴원시키고 있다.”
의료 상업화가 공공병원 곳곳에 만연돼 있어 환자의 건강과 건강보험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민영화 반대 건강보험지키기 공동행동’ 주최로 4일 오후 4시부터 서울대병원 A강당에서 열린 ‘의료 상업화가 망치고 있는 건강과 건강보험의 현실’ 토론회에서는 공공병원들의 상업화 백태가 공개되고 민영화 저지 대안이 모색됐다.
‘한국의 의료 상업화 현실에 청진기를 대다’를 주제로 열린 1부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혜경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의 상업화 현실을 폭로했다.
비급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의사성과급제를 실시해 수술건수와 대기시간, 재진, 수술건수, 재원일수, 월단위 신환, 병상가동률을 실시간 체크해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유방암 환자가 어린이병동에서 수술하는 백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 간호사의 얘기다.
여기에 더해 의사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이 30초이고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배액관을 단 환자를 퇴원시키는 한편 수술 후 가스가 나오지 않아도 식이를 진행하는 등 수익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립병원인 보라매병원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 내과 병동에 내과 환자만 입원할 수 없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시립병원 최초 특진비를 도입하고 각종 검사가 급증했다.
김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은 비급여 항목이 증가하고 있고 보라매병원은 야전병원이나 마찬가지”라며 “모두 병동파괴 현상이 만연돼 있다”고 위험성을 밝혔다.
정영진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최근 병원들의 마인드가 수익창출로 바뀌고 있다”면서 “병원들의 의사성과급제의 도입은 의사 스스로 상업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에 대해 송상호 사회보험노조 중앙집행위원은 “보험료를 인상해도 본인부담금은 계속 늘어나 보장률을 담보할 수 없고 수가를 통제해도 비급여 증가로 인해 의료비 증가 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나라 보험료의 누적인상률은 19.58%인데 반해 보장률은 고작 12분의 1 수준인 1.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위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2015년 OECD 의료비 증가폭을 초과해 GDP의 1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결국 건강보험은 미국식으로 가게되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갈수록 심화되는 병원 상업화를 막기 위해 송 위원은 총액계약제와 DRG 도입으로 총액을 관리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송 위원은 “의사들이 총액계약제와 DRG 도입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관하지만 제도를 도입한 외국의 경우 이를 만회할 기전을 마련해 제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안으로 재단 수익 차단이 제시ㄷ됐다. 정 사무처장은 “병원 내 재투자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재단으로 흘러들어가는 문제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사무처장은 “비급여만 잡아도 엄청난 개선이 올 것”이라며 비급여의 급여권 흡수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건강보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약제비 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신형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회장은 정부의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로 인한 음성적 리베이트 만연의 위험성과 제약사에 휘둘리고 있는 기등재약평가를 비판했다.
신 부회장은 “복지부는 기등재약으로 8000억원의 절감효과를 전망했지만 아무런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 당국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