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청년은 ‘산재’, 심야노동 문제 부각
누리꾼들 노동자의 고된 노동조건 지적…10일 국과수 유골 수습
김용욱 기자 2010.09.10 14:33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용광로 작업 중 빠져 숨진 청년 김 모씨(29)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그의 죽음을 위로하는 조사가 전 국민의 눈물을 자아내는 가운데, 유족과 국립과학 수사 연구소가 숨진 김 모씨의 유골을 수습했다.
한국노총 소속 환영철강 노조 관계자는 참세상과 통화에서 “회사 쪽이 현재 유족과 대책을 협의 과정에 있고 국과수에서 나와 유골을 수습했다”며 “사고가 난 상황이 용광로에 고철을 넣기 전 과정이라 용광로 뚜껑이 열려 있었고 다음 공정으로 가기 위해 용광로가 멈춰 있어 온도가 조금 식은 상태였다. 용광로에 쇳물이 조금 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 유골이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용광로는 보통 1600도 정도가 되지만 식어도 100-200도 정도만 떨어져 1300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빠른 유골 수습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모씨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많은 누리꾼들은 김 씨가 추락한 높이 5미터의 작업장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다며 산업재해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김 씨가 새벽 시간에 일을 하다 변을 당해 야간 교대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일단 산업재해 문제를 두고는 노동부와 환영철강 회사 쪽의 대응이 주목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산업안전과 담당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이라 안정장치나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선 알려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노동부는 조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벌칙규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회사 쪽은 담당자가 후속조치 등으로 바빠 당장 통화가 어렵다고만 밝혔다. 노조 관계자도 안전문제에 대해서나 사고과정에 대해선 노코멘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용광로 주변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환영철강 홈페이지에 실린 제강공정 설명
누리꾼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근로조건에 큰 관심 보여
한편 이번 사건으로 네티즌들은 제조업 노동자들의 산재문제나 야간 교대제, 근로조건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교대제는 생산기술, 업무의 성격상 불가피한 철강, 석유화학 등 생산과정이 연속되어 작업을 중단할 수 없는 경우나, 경영효율성을 위해 생산설비 완전가동, 기업간 경쟁 등의 사유로 조업 및 영업시간을 길게 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특히 교대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의 노동시간은 교대제를 실시하지 않는 업체보다 더 긴 것이 일반적이다. 교대제를 통한 야간노동은 혈압이나 심장박동의 속도를 조절하는 생체리듬을 교란하고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또 스트레스, 불안, 업무에 대한 불만족, 가족과의 갈등, 수면부족, 만성 피로 등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을 증가시킨다. 특히 교대제는 피로와 졸음을 유발해 새벽 2-4시에도 사고율 증가의 원인이 된다.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참사도 운전자의 교대근무와 장시간 노동에 의한 졸음이 중요한 원인으로 드러나곤 했다.
누리꾼 ‘산너머’씨는 “용광로 돌리는 공장이라면, 철저한 안전장치가 기본이어야 할 텐데, 용광로에 직원이 빠져 죽는 끔찍한 일이 어찌 벌어질 수 있느냐”며 “1600도 쇳물 구덩이 5m 위에서 작업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위험천만하거늘, 헛디뎌 빠질 정도로 아무 안전장치가 없었다니,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묻고, 유족들께 합당한 배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 ‘신궁’ 씨는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교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궁’씨는 “교대조로 돌아가며 1년 365일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이미 곪아터질 대로 터져버렸다. 하루에도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고 주말이라는 단어는 우리 근로자들의 머릿속에 없다. 극악의 근무여건을 가진 생산/제조분야의 근로자는 탈출구가 없다. 당연히 이번 추석도 못 쉰다. 그런데 뉴스에는 매번 휴가를 반납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성실한 젊은이라고 떠들어대니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제조업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꼬집었다.
‘Choiyoonsik’씨는 “오전 2시면 새벽 2시 아닌가? 새벽 2시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심야시간 아닌가? 이 시간에 일 하는 이유는 뭘까? 사회에서 흔히 하는 야근? 특근인가? 용광로라면 주면 안전장치도 없이 일 시키나? 아 정말 개탄스럽다. 관료인들, 정치인들이 말하는 눈 높이가 바로 새벽까지 일하고, 안전장치 없는 위헌한 일이더냐?”고 개탄해했다.
‘hammerNsickle’는 “새벽 2시면 나처럼 3교대근무 아니면 2교대구만. 나도 나이트 근무라서 밤에 출근해서 11시쯤에 저 기사 읽었는데”라며 “5시간이 다 되도록 아직도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주체할 수가 없다. 이번 기회에 노동자랑 고시생들 혁명 한 번 일어나서, 윗대가리들 갈아 엎고 RESET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소낙비’씨는 “많은 이들이 지금도 최악의 현장에 일하는중”이라며 자신이 일하던 현장의 산업재해를 소개했다. 그는 “물론 안전띠 같은 건 없죠. 회전분쇄기에 한쪽 손이 빨려들고, 이윽고 온몸이 뼈까지 다들어가며 분쇄되는데, 압출구에서 흰 종이에 피의 얼룩이 쭈욱 나오니 그제서야, 작업자들이 알아차리고, 가보니 투입구에 머리만 구르고 있었다”고 다른 사고 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제조업 하청업체의 현실입니다. 최저임금에다가 이런 작업에도 위험수당 같은 것도 없지요. 게다가 거의 다 외주로 인력을 고용하고, 생산공정 단위를 인위적으로 분해 축소해 노조설립을 적극 회피하므로, 노동자는 아무런 협상권도 없지요”라고 지적했다.
‘태욱’씨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능률을 보기 때문에 안전도구 착용을 못 하게 끔 만든다는거죠”라며 “안전이 우선이 아닌 현장능률을 우선하는 현장이 대부분인 회사가 많이 있기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된다”고 노동현장의 현실을 꼬집었다.
‘flglfhgl’씨는 “언젠가 인천에 핸드폰 케이스 찍어내는 공장에 들어간적이 있는데 핸드폰 케이스는 플라스틱을 압연기계에 넣어 쇳물 녹이듯 녹여서 기계로 찍어 나오는 그런 공정이었다. 다른건 다 생략하고 그걸 녹일때 연기가 무지 나오는데도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그냥 묵묵이 일만하더군요. 저는 저 연기를 하루 10시간 맡고 어떻게 버티나 고민하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삼일 일하고 사무실 총무과에 갔습니다. ‘저 연기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굉장이 위험하다. 어떤 조치를 취해주셔야 한다’고 그랬더니 꼬우면 나가라는 식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나왔습니다”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은 유명환 장관 딸 특채와도 비교됐다. ‘hajune’씨는 “누구는 딸한테 시험도 안 치르고 5급 되게 해서 특혜만 잔뜩 주고 누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든 노동하다가 너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우리나라 극과 극”이라고 비통해 했다.
‘my digital story’씨는 “그렇게 위험한 작업하면서 추락도 아니고 용광로에 빠졌다고? 왜 29살 청춘이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하냐? 36-7살 먹고도 무단결석하면 엄마가 대신 전화해주고 5급에 온갖 특혜 받으며 붙은 돼지도 있던데…가슴이 아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빗줄기’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유난히 산업현장에서 많이 죽는거 같다. 건설현장에서 잊을 만 하면 몇명씩 추락사하고 무너지고 우리나라가 산업재해 세계 1위라던데 정말 언제까지 이런 불명예를 안고 살아야 하는지”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