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투데이 프랑스, 제2 68혁명 번지나

프랑스, 제2 68혁명 번지나
연금개혁 반대투쟁 300만여명 동시다발적 시위, 무기한 총파업 돌입

2010년 10월 17일 (일) 17:09:12 김원정 기자 ( mingynu@mediatoday.co.kr)

프랑스 전역에 파업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외신보도 종합에 따르면 파리시민 34만여 명이 지난 16일 거리에 나선 것을 비롯해 보르도·렌느·리옹·마르세이유·툴루즈 등 전국 각지에서 300만 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에펠탑도 파업으로 문을 닫았으며, 언론들은 연일 파업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라고 입을 모은다. 파리시 인구가 300만 명을 헤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위대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시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이유는 사르코지 정부의 퇴직연금 정책에서 기인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연금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당선 뒤 이를 위해 한 차례 시동을 걸었다가 최근 정년과 연금 받는 나이를 두 살 늦추는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입법안에 따르면 프랑스 노동자의 정년은 60세에서 62세로, 연금 수령 나이는 65세에서 67세로 미뤄진다. 그만큼 노동기간이 연장되는 셈이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이를 개악이라고 맞받아친다.

입법안 자체가 사회보장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노동자들을 압박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경제 위기와 그에 따른 후폭풍을 왜 노동자들에게 책임 전가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단지 노동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부가 골고루 나눠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시민사회 호응은 높은 편이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이 ‘연대’를 호소한 뒤 지난달 7일 전국적 총파업이 성사됐으며 이후 철도, 지하철, 항만, 항공 운행이 차례로 중단됐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지난 12일 무기한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프랑스 시민 69%가 연금개혁안 반대 파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 무기한 파업에도 66%가 지지의사를 표했다고 복수의 언론들은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공무원·고등학생까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업 자체를 불온시하는 한국사회에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지난 12일 파리에서만 22개 고등학교가 휴교하는 등 이날 전체 300여 개 고등학교·대학교가 수업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이미 초등학교 교사들을 포함해 우체국, 병원 등지 노동자도 파업에 동참했으며 르몽드, 레제코 등 일부 언론들의 경우 일시적으로 발간이 중단되기도 했다.

언론들은 이번 주가 파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상원은 지난 8일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오는 19일 최종투표를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