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8년 ‘촛불 사태’ 주역 민동석, 외교부 차관으로 컴백. 靑 “온갖 어려움 속에서 소신을 지킨 사람에 대한 배려”

2008년 ‘촛불 사태’ 주역 민동석, 외교부 차관으로 컴백
靑 “온갖 어려움 속에서 소신을 지킨 사람에 대한 배려”
기사입력 2010-10-26 오전 11:00:26

이명박 정부 임기 첫 해인 2008년 전국을 혼란에 빠뜨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이 외교부 2차관에 내정됐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26일 오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적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데도 자기 소신을 지킨 사람에 대한 배려의 측면이 있다”면서 민 단장의 차관 내정 사실을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외교부가 외교통상부로 확대되면서 통상교섭전문가가 차관에 임명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외교통상부에서 한국외대 출신이 첫 차관이 되는 것도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고 말했다.


▲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인 한식재단 이사장인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좌)과 외교통상부2차관으로 영전한 민동석 전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뉴시스

민 단장은 전남 출신으로 한국외대를 졸업해 외교통상부 내 ‘비주류’인맥으로 분류된다.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파동 등으로 어수선한 외교통상부 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상징적 인물인 민 단장의 차관 영전에 대해선 ‘오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구스럽다”던 MB, 2년 만에 “소신을 인정”

이명박 대통령 본인 역시 촛불 정국인 지난 2008년 5월과 6월 각각 대국민담화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쇠고기 협상 등에 대해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고,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는데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동석 단장(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국정조사장에서 “쇠고기 협상은 미국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이 ‘소신’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또 민 단장은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과 함께 MBC 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당사자기도 하다.

김희정 대변인은 “민 단장이 피고소인이 아니라 고소인 신분이다”면서 “자연인 신분의 소송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말할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평가야 엇갈릴 수 있지만 대통령도 유감을 표명했던 사안의 당사자를 영전시키는데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민 단장의 ‘소신’을 평가한 것이고 출신 대학과 출신 지역 등 여러 가지 점이 마음에 든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판사 탄핵 소추하자”던 ‘소신파’ 민동석

하지만 민 단장의 ‘소신’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 단장은 MBC 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재판부를 향해 “편향 판결을 하는 판사, 국민감정과 일반적 법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는 판사를 국회에서 탄핵 소추할 수 있도록 국민청원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고위공직자가 사법부에 대해 이같이 거친 언사를 쏟아낸 것도 유례 없는 일이다.

또한 민 단장은 지난 6월 출간 된 자신의 책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협상대표는 동네북인가’에서 “연령대에 상관없는 쇠고기 수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시 전 미 대통령에게 직접 약속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뒤집고 후임 정부에 부담을 전가했다. 이는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이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민 단장의 ‘영전’에는 이같은 ‘소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야가 합의했던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법안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강력한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마당에 민 단장의 외교부 2차관 발탁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협상, EU측에서 수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EU FTA, 사실상 재협상 국면에 진입하는 한미FTA 등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윤태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