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분야 최우선 관심…쇠고기 전면개방은 압박카드
정부 “쇠고기, 협상대상 안돼”
자동차분야가 협상핵심 시사
정은주 기자
한-미 통상장관들이 2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직접 나섰지만, 양국은 ‘실무 협상’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 시한으로 밝힌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공식 협상안도 없고, 비공식 협상은 공개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다음달 2일 중간선거까지 한-미 에프티에이를 정치 쟁점으로 부각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일부 양보해야 하는 한국의 곤혹스러운 속내가 고스란히 여기서 드러난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미 에프티에이의 진전을 위한 힘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의 핵심 쟁점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7일 밝힌 대로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의 한국 시장 개방 확대다.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령 미만만 수입하도록 한 현행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폐지해 한국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라는 게 미국 쪽 요구사항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이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이런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2008년 촛불집회의 ‘학습효과’를 의식해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쇠고기 분야는 에프티에이 협상 대상이 아니며, 국내 여론이 그런 요구(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를 수용할 수 없다는 걸 (미국) 협상단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의 양보를 얻으려고 ‘압박용 카드’로 재협상 쟁점으로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은,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수입량이 불균형하다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미국 현지 생산 포함)는 미국 시장에서 73만5127대(시장점유율 7.1%) 판매됐지만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에서 7368대(시장점유율 0.5%)만 팔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수입량이 연간 1만대 이하인 미국 자동차회사의 차량에 대해서는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면제해달라고 미국 쪽이 요구한다. 특히 우리 정부는 2012년부터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의 평균 연비를 ℓ당 17㎞로 강화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미국 자동차업계의 거부감이 강하다.
최근에는 한국의 수출용 완성차에 대한 관세환급 제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환급이란,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가 제3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입했을 때 물었던 관세를 완성차를 수출할 때 되돌려받는 제도이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는 협정 발효 5년 뒤부터 관세환급을 5%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한-미 협정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한-유럽연합 협정문의 내용을 분석한 미국 무역대표부가 유럽보다 더 엄격한 관세환급 상한선을 두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호영 통상교섭조정관은 27일 “기존 협정이 양쪽의 이익을 균형 있게 반영해 바꿀 수 없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미국 쪽이 개선해보겠다는 얘기니까 그게 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